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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히어로’ 박지성? 이젠 히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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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성 히어로’ 박지성? 이젠 히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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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입단식 당시 두 손에 들린 푸른색 줄무늬 유니폼은 낯설기만 했다. 그라운드 위에선 생각보다 꽤 잘 어울렸다. 왼쪽 팔을 감싼 주장 완장에선 왠지 모를 위엄까지 느껴졌다.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하는 '센트럴 팍'도 가동됐다. 짧은 한 경기였으나, 박지성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모습일지 미리 엿보기엔 충분했다. 더 이상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소리 없는 영웅)는 없다. 이젠 히어로 그 자체다.

박지성(QPR)이 17일(이하 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리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바 주 선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QPR 데뷔전을 치렀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전반 45분만 출장했고, 팀은 5-0 대승을 거뒀으니 괜찮은 출발이었다.
두 가지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유의미한 변화를 암시한 대목이다. 첫 번째는 주장 완장. ‘아시아 투어’여서 일어난 이벤트가 아니다. 이적과 동시에 주장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박지성이다. 팀의 프리 시즌 첫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는 점에서 팀 내 입지와 존재감, 그가 받는 기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직 QPR의 올 시즌 주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마크 휴즈 감독의 태도는 유보적이다. “프리시즌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박지성만한 선택도 없다. 나이나 프로 경력 햇수만 보면 숀 데리(35), 클린트 힐(34), 루크 영(33) 등 박지성(31)보다 많은 선수가 몇몇 있으나,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FIFA 클럽 월드컵을 모두 우승한 선수는 박지성이 유일하다.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이나 존재감 자체가 다른 셈이다.

내세울만한 경험도 있다. 대한민국 A대표팀 주장으로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행을 이끌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의 기둥이었다. 특유의 리더십은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권위가 있었다.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코칭 스태프와의 의사소통도 탁월했다. 언어가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뀌어도 다를 건 없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조차 이런 능력에 주목해 유로파리그에서 그에게 주장 완장을 채운 바 있다. 팬들도 박지성을 모범답안으로 꼽는다. 런던 지역지 ‘런던24’에서 실시한 QPR 새주장 선임 팬투표에서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결국 휴즈 감독의 선택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또 다른 하나는 포지션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주 포지션은 측면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이날 박지성의 위치는 중앙이었다. 일명 '센트럴 팍(Central Park)'이었다. 올 시즌 팀에서 그에게 주어질 역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휴즈 감독은 4-4-2 혹은 4-4-1-1 전술을 선호한다. QPR에는 아델 타랍, 숀 라이트 필립스, 제이미 마키 등 측면 자원이 비교적 풍부하다. 반면 중앙 미드필드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간판 미드필더였던 조이 바튼이 12경기 출장 정지다. 당장 11월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번 투어에도 빠졌다.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2부리그 블랙번으로 단기 임대를 보낸다는 얘기도 나온다.

휴즈 부임과 함께 중용된 아코스 부자키, 부상에서 돌아온 키에른 다이어는 공격에 다소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노쇠화를 보이는 숀 데리를 제외하면 알레한드로 푸를린 정도만 믿을만한 수비력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다. 중앙 미드필드진의 탄탄함을 위해선 박지성의 존재가 절실한 셈이다.

물론 장점인 멀티 플레이 능력도 빛을 발할 것이다. 측면의 타랍, 필립스 등은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력은 떨어진다. 상대팀 측면 자원이 날카로운 공격력을 가졌다면, 이들을 대신해 박지성이 사이드라인 옆에 설 수 있다. 나아가 타랍-다이어와 번갈아 4-4-1-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설 수 있다. 대표팀과 맨유 시절에도 좋은 활약을 보였던 바로 그 자리다. 전술적 가치가 대단한 셈이다.

이처럼 QPR 데뷔전이 던진 두 가지 단서를 종합했을 때 결론은 하나다. 'QPR의 박지성'은 '맨유의 박지성'과 다르다. 더 이상 언성 히어로가 아니다. 대한민국 A대표팀에서 보여줬던 ‘히어로(Hero)’로서의 중추적 역할이 주어진다. 승리를 보조하는 이가 아닌, 직접 승리의 사냥꾼이 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QPR 이적은 ‘박지성’이란 선수의 진가가 또 다른 모습으로 발휘될 전환점의 계기라 할 수 있다.

[사진=QPR 공식 페이스북]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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