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만 현대백화점 조리식품 MD
-'나들이 김밥' 최고의 히트작품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보름동안 서른 번 짜장면을 먹는 남자. 소문난 맛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남자. 그의 이름은 오형만(41). 현대백화점 조리식품 바이어로 14년째 일하고 있는 '맛집 발굴'의 달인이다.
과거에 백화점 식당가는 단순히 구색 맞추기 식으로 입점해 있는 서비스 시설에 불과했지만 최근 백화점 식당가는 말 그대로 '맛집의 결집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맛과 질이 올라갔다. 오히려 백화점 내부의 식당을 찾기위해 백화점을 오는 손님도 있을 정도다.
백화점 식당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오형만 차장의 업무도 더 힘들어졌다. 더 새롭고 맛있는 음식, 현대백화점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을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들수록 보람은 더 큰 법이다. 오 차장은 어렵게 발굴한 식당이 백화점에서 이른바 '히트'를 칠 때면 기분이 좋다고 귀띔했다.
오 차장은 "서울 시내 내로라하는 김밥 맛집은 다 찾아다녔다"며 "20~30여개 김밥집 가운데 최종적으로 3개 매장을 선택됐고, 가격과 상품성 등을 따진 후에 최종적으로 나들이 김밥이 낙점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백화점 입점을 꺼려했지만 여러 차례 찾아가 공을 들인 끝에 입점시킬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공을 들인 결과는 분명했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나들이 김밥은 꾸준히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 잘나가는 김밥임은 분명하지만 다른 점포로의 확장은 조심스럽다. 오 차장은 "꾸준히 같은 맛을 내도록 음식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점이 많아지면 맛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점포 전략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이유로 유명 식당의 대표들도 백화점 입점을 꺼려한다. 오 차장은 "음식의 맛 관리 문제나 백화점 수수료에 대한 오해 등으로 인해 맛집의 대표들이 백화점 입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맛집을 찾아가도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고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수시로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도 자체가 건강에 부담을 준다. 그는 "조리식품 MD들이 대부분 지방간을 갖고 있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다"며 "다들 몸상태가 좋지 않아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수시로 공부를 하는 것도 달인으로서 빠뜨려서는 안 될 일이다. 그는 잡지나 서적을 통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일본에서 세계푸드축제가 열리면 빠짐없이 참가한다며 식품트렌드를 읽기 위해 쉴 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 그를 분주하게 하는 것은 다음달 말 오픈하는 현대백화점 청주점과 리뉴얼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 무역센터점이다. 그는 "무역센터에는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의 입점이 확정됐다"며 자신만만한 눈빛을 보였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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