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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위기 3년..지금 유럽은 ②] 마요르 광장도 밤엔 노숙자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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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페인의 마드리드는 확연히 달랐다.

아테네에서 건물을 지을 때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가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낮은 건물들 밖에 없는 아테네는 한적한 소도시 같은 느낌을 풍긴다. 반면 마드리드의 건물들에서는 한때 무적함대로 대제국을 건설한 스페인의 위용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려하게 장식된 마드리드의 건물들은 웅장하고 거대했다. 정말 유럽에 왔구나를 실감케 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마드리드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공간이 마요르 광장이다.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건물들로 둘러싸인 사각형의 공간은 이게 진정 말로만 듣던 광장이라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쪽에서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거리의 행위예술가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지인들과 어울려 식사하는 이들도 보인다. 가로 120m, 세로 94m의 광장은 시장으로, 미술관으로, 극장으로 기능하며 스페인 사람들이 뿜어내는 삶의 에너지를 담아낸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내기에 유럽의 광장에는 사연도 많다.
마요르 광장은 스페인의 절대군주 펠리페 2세 때 건설이 계획돼 그의 아들 펠리페 3세 시대에 완성됐다. 당시 종교재판이 한창이었다. 펠리페 2세는 철저한 가톨릭 정책에 따라 유대인이나 이슬람 교도를 탄압했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들의 반발을 산 것은 물론이다. 중요 국가 행사가 열렸던 마요르 광장은 종교재판의 재판정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광장(廣場)이라기보다 광장(狂場)이었던 셈이다.

지금의 마요르 광장에도 다양한 삶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다. 저녁이면 마요르 광장에 노숙자들이 모여 박스를 덮고 자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마요르 광장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마드리드 시장이었던 알베르토 루이스 가야르돈은 노숙자 강제 퇴출 법안까지 요구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에 따르면 밤마다 500~600명이 마드리드 거리에서 노숙한다. 가야르돈은 이들 가운데 40%가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거나 마약중독자라고 실언했다 자신이 속한 국민당으로부터 비난받기도 했다.

광장이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기에 갈등의 마당이 될 가능성도 높다. 마요르 광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솔 광장이나 그리스 아테네의 신다그마 광장은 긴축에 반대하는 그리스와 스페인 사람들의 주요 시위 장소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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