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지인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출전자 명단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회원번호 3번, 구옥희(56ㆍ사진)다. 1978년 KLPGA투어에 입회한 한국 여자골프 '1세대'다.
바로 이 '전설의 골퍼' 구옥희가 올 시즌 KLPGA투어 상반기 6개 경기에 모두 등장했다. KLPGA투어에서 통산 20승을 수확해 얻은 영구 시드권자 자격이다. 구옥희와 함께 박세리(35)와 신지애(24) 등 단 3명만이 '영구 시드권'을 갖고 있다. 20대 초반이 주류를 이루는 프로 무대에서 환갑을 바라보는 구옥희의 도전은 어찌 보면 '노장투혼'이란 찬사를 받을 수도 있다.
사실 스포츠에서 노련함으로 자식이나 손자뻘 되는 선수들을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 골프다. 실제 '백전노장' 톰 왓슨(63ㆍ미국)은 2009년 '최고(最古)의 메이저' 브리티시오픈에서 4라운드 내내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다가 2위를 차지해 당시 우승자 스튜어트 싱크(미국)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구옥희는 특히 지난해 KLPGA 회장 선출 과정에서 물의를 빚었던 핵심 인물이다. 억지로 회장에 취임했지만 절차상의 이유로 법원의 업무 정지 명령까지 받는 등 1년 내내 협회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가 결국 회장 자리를 내놓았다.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주고, KLPGA를 위한 '백의종군'에 나설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다시 투어에 나와 졸전을 반복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쓰럽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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