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이야기다. KLPGA는 지난달 28일 임시총회를 통해 강춘자 전 부회장(55ㆍ사진)을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집행부가 바로 세 차례나 회장을 선출하고도 모두 무효 처리돼 '밥그릇 싸움'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장본인들이다. 두 번은 정족수 미달, 지난 7월에는 급기야 정관을 무시하고 임시총회를 소집해 '절차상의 하자'로 법원의 철퇴까지 맞았다. 이로 인해 구옥희 회장과 강 부회장 등 임원진 5명은 업무 정지 명령을 받았고, 법원에서 선임한 김대식 변호사가 현재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KLPGA는 사실 올해 1년 내내 회장 자리를 놓고 내분이 확대되면서 투어 전체가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연초에는 방송 중계권 문제로 투어가 취소 위기에 직면하는 등 프로골프계 전체의 우려를 자아냈고, 이후에는 소속 투어프로들의 선수협의회 발족에 이어 사무국 직원들은 '권익 보호'를 위해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선수협의회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윤희 선수협 부회장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강 전 부회장은) 오늘의 이 불행한 사태에 대하여 누구보다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분"이라며 "KLPGA를 추잡한 '밥그릇 싸움의 소굴'로 매도시켜버린 장본인은 누구입니까.(중략) 우리 선수협의회 일동은 협회를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그들에게 '후보 사퇴'를 강력히 요구합니다"라며 강 씨의 후보 사퇴를 요청하기도 했다.
골프계에서는 '외부 회장 영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여러 계파로 나눠진 집행부가 각각의 회장 추천으로 충돌을 빚고 있고, 설사 의견이 일치하더라도 이미 수석부회장과 부회장, 전무, 이사 등 요직을 다 차지한 상태에서 누가 과연 유명무실한 회장직을 수락하겠느냐는 지적이다. KLPGA가 곳곳에 산재한 갈등을 봉합하고, 회장을 추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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