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물러간 후 직장인 몰렸지만.. 공실률 50%나 치솟은 탓
◆직장인촌으로 바뀌어가는 신림9동에는 고시촌 방을 홍보하는 전단지가 빈 곳마다 덕지덕지 붙어있다. 최근에는 공급과잉 탓에 반값 할인 방이 나오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고시원들을 통틀어보면 빈 방이 절반에 달한다. 방값 파격세일에 나서는 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이 장기 불황과 고시생 급감에 썰렁한 모습이다. 3일 찾은 고시촌에서 한 중개업소 이모씨(46세)는 손을 내저었다. 9년째 이곳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이모씨는 "요즘 거래는 성사시키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조만간 서울대가 대규모로 기숙사를 지을 계획이어서 고시원과 원룸주택 등은 경쟁자를 맞아 힘겨운 살아남기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는 약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7개동을 짓겠다고 4월 발표했다.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상반기 중 건립부지를 확정하고 내년부터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빈 방이 남아돌게 되자 '반값 떨이식' 세입자 모시기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월 임대료 40만원짜리를 19만원에 내놓은 곳도 있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귀띔했다.
고시생들이 줄어들다보니 서점도 활기를 잃었다. 고시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관계자는 "고시관련 서적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다른 종류의 책을 들여오는 등 판매 다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신 온라인 강의가 활기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책 판매는 급감했지만 온라인 매출이 늘어난다는 얘기들이 많다"며 "온라인에서 고시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도 고시촌을 굳이 찾아 들어오지 않고 본가에서 머무르며 고시촌이 비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시생이 줄고 직장인들이 늘어나며 고시촌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은 계층이 유입되다보니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고시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욕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의 고시원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욕실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치고 있으나 불법적인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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