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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프로야구, 왜 강속구에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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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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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는 여느 해보다 치열하다. 리그 최하위 한화의 발자국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31일 현재 16승27패로 부진하지만 8연승을 달리던 지난 넥센과의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1위 SK(22승1무17패)와 7위 KIA(18승2무20패) 사이 승차는 불과 3.5경기. 순위는 좀처럼 고정되는 법이 없다. 한 팀의 독주 없는 레이스.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의 입 안은 바싹바싹 말라간다. 선수들 역시 적잖게 체력적 부담을 호소한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한 시즌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페넌트레이스의 윤곽을 장마가 시작되는 6월과 더위가 절정을 향해 달리는 7월 잡힐 것으로 내다본다. 부상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구단 혹은 탄탄한 백업을 자랑하는 선수단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형국은 마지막까지 안개 속에 감춰질 수도 있다.

역대 프로야구 순위 경쟁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투수진이었다. 탄탄한 선발과 구원의 전력에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구단은 전무했다. 올 시즌 8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타자가 아닌 투수로 데려온 건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프로야구의 수준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각 구단들이 외국인 투수를 고르는 기준은 꽤 까다로워졌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는 이전보다 쉽게 발견된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마추어 투수 지명을 둘러싼 구단들의 첫 번째 잣대는 구속이다. 제구가 불안해도 일단 뽑고 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최근 그라운드에서 강속구 투수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 제구가 동반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난타당하는 까닭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속 150km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거의 드물었다. 2000년대 이후는 다르다. 외국인 투수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어느덧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는 흔해졌다. 그 이상의 빠른 볼을 뽐내는 국내 선수도 쉽게 발견된다.

최대성(사진=정재훈 기자)

최대성(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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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많은 야구팬들은 타자들이 시속 150km 이상의 공을 때리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강속구 투수의 공은 빠르나 대부분 구종이 단순한 편이다. 타자의 게스 히팅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제구가 뛰어나지 않다면 안타를 칠 확률은 더 높아진다. 한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좋아하지 않을 타자는 한 명도 없다. 물론 강속구에 고전하기 쉬운 상황도 존재한다. 느린공의 투수를 상대하다 만났을 때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투수들의 구속은 전체적으로 많이 빨라졌다. 타자들의 눈은 여기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다.

과거 프로야구 타자들은 강속구 투수를 만나면 배트를 짧게 잡았다. ‘톡’ 가져다 맞추는 작전이 많이 나온 까닭이다. 그래서 득점을 올리려면 한 회 안타를 3개 이상 때려내야 했다. 현대 야구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트를 휘두른다. 그래서 최근 강속구 투수들은 종종 홈런을 얻어맞고 주저앉는다.

강속구 투수의 최대 장점은 높은 삼진 비율이다. 삼진은 수비적 관점에서 아웃을 잡아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야수의 실책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최근 빠른 공을 던지는 많은 투수들은 좀처럼 삼진을 잡는데 애를 먹는다. 경쟁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지 않는 셈이다. LG의 레다메스 리즈는 10경기(21.2이닝)에서 13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하지만 볼넷 12개를 허용했고 폭투도 3번이나 범했다. 최근 마무리에서 선발로 복귀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40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데니 바티스타(한화)의 평균자책점도 5.30으로 이에 못지않다. 18경기(18.2이닝)에서 3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볼넷 18개를 내줬다. 폭투와 보크도 각각 1개씩 저질렀다. 국내 강속구 투수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롯데의 최대성과 SK의 엄정욱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둘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4.70과 3.60이다. 거론한 4명의 투수들 가운데 2할5푼 이하의 피안타율을 보이는 투수는 한 명도 없다.

바티스타(사진=정재훈 기자)

바티스타(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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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평균 140km대의 평범한(?) 구속에 빼어난 제구를 자랑하는 투수들의 성적은 어떠할까. 여기에 충분히 손꼽힐만한 벤자민 주키치(LG)는 10경기(67이닝)에서 폭투를 다섯 차례 던졌지만 6승 무패 평균자책점 2.42 39탈삼진 19볼넷으로 승승장구했다. 현재 다승 단독 선두다. 롯데의 쉐인 유먼도 8경기(53.1이닝)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21 49탈삼진 13볼넷을 기록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넥센의 밴 헤켄도 빼놓을 수도 없다. 8경기(49이닝)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39 40탈삼진 21볼넷을 남기며 김시진 감독의 얼굴에 웃음을 안겼다.
이들의 영양가 넘친 활약에 힘입어 소속 팀들은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완급 조절, 경기 운영능력을 갖춘 투수들이 활개를 펴는 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윤석민(KIA)과 류현진(한화)이 대표적이다. 윤석민은 9경기(58.2이닝)에서 11볼넷 48탈삼진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아직 2승(2패)밖에 챙기지 못했다. 류현진 역시 9경기(63이닝)에서 80탈삼진 14볼넷 평균자책점 2.57으로 선전했지만 같은 이유로 2승(3패)을 따내는데 그치고 있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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