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 재건축 시장이 소형비율 ‘30%’에 맞춰지고 있다. 소형확대 요구안을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를 하던 단지들이 새 조정안을 연이어 내놓더니 이제는 자발적으로 소형을 확대하겠다는 사업장까지 등장했다. 큰 평수로 이동시 자칫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다 대형만 고집할 경우 장기적인 시장 침체로 사업성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소형 선호도가 높은 최근 주택시장 트렌드와 서울시의 소형확대, 그리고 사업성 우려 등이 계속 맞물릴 경우 중소형으로 재건축하는 사업장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9일 제11차 건축위원회를 통해 재건축 정비사업 변경계획안이 통과된 고덕시영 아파트 일대 . /

지난 29일 제11차 건축위원회를 통해 재건축 정비사업 변경계획안이 통과된 고덕시영 아파트 일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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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9일 소형비율을 당초 20%에서 30%로 늘린 고덕시영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변경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사업시행인가 당시 ▲60㎡이하 666가구(20.41%) ▲60~85㎡이하 1521가구(46.61%) ▲85㎡초과 1076가구(32.98%)로 서울시 조례 2:4:4 규정에 따른 계획안을 내놓았지만 조합은 소형을 10% 새로 늘렸다. 이 결과 ▲59㎡형 1074가구(임대 215가구 포함) ▲72㎡형 96가구 ▲84㎡형 2009가구 ▲102㎡형 372가구 ▲112㎡형 64가구 ▲122㎡형 32가구 ▲104~196㎡형(펜트하우스) 11가구 등으로 바뀌었다. 소형이 기존 20%에서 30%로 늘어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다 소형비율 30%선에서 합의한 다른 사업장과 달리 주민들의 동의로 소형을 늘렸다는데 있다. 고덕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외지인보다 기존 거주자가 많다보니 중소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며 “사업성에서도 유리해 소형평형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고덕시영 사업장을 ‘소형평형 확대’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최근 대형평형이 축소되고 소형평형을 선호하는 도시 2~3인 가구 수요에 부응한 소형주택 건설이 확대 공급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재건축을 놓고 서울시와 격전을 벌이던 개포주공2·3단지도 소형비율 30%를 확보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소형비율 22.7%였던 3단지는 27.4%로 올려 제출했지만 소형비율을 더 높이라는 지시를 받은 뒤 ‘30%이상 확보’라는 조건에 따라 가결됐다.

이달초에도 소형을 크게 늘린 사업장이 재건축안을 승인받았다.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는 당초 1520가구로 계획됐으나 소형을 확보하면서 가구수가 1661가구로 늘었다. 60㎡이하가 416가구로 99가구, 60~85㎡가 913가구로 238가구가 늘어났다. 반면 85㎡초과 중대형은 종전 528가구에서 230가구로 절반이상 줄었다


이같은 소형확대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통과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대부분이 ‘소형확대론’을 받아들였다. 도시경관을 해친다며 승인을 미루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는 용적률을 20%를 확보한 대신 60㎡이하 155가구를 추가했다. 금호제15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장도 용적률 20%와 60㎡이하의 소형주택을 맞바꿨다. 이밖에 청량리 재정비촉진지구 내 전농구역도 40㎡이상 임대주택을 종전 42가구에서 88가구로 2배 늘리고 시프트 75가구를 추가해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반포한양아파트 재건축 계획안 역시 60㎡이하 소형임대를 기존 42가구에서 75가구로 늘려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달 서울시가 내놓은 ‘도시·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에 따른 소형주택 건설비율’도 소형평형을 늘리기 위해 내놓은 방안 중 하나다. 법적 상한용적률에서 정비계획으로 결정된 용적률을 뺀 나머지 용적률의 50%를 소형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례상 250%의 용적률을 적용받는 3종 주거지역이 법적 상한용적률인 300%까지 늘어날 경우 완화된 50%의 절반인 25%는 임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으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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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건축사업지 조합장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소형확대에 따라 무조건 큰 평수를 바라던 주민들의 눈높이도 현실화됐다”며 “소형임대를 늘리는 방안에는 아직도 거부감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본인이 부담할 비용을 꼼꼼히 물어보는 등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민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을 늘리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다운사이징 흐름에 맞는 주택을 공급해 수급불균형을 막는 것도 서울시가 할 일”이라며 “사업장마다 획일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서민주택을 확보하겠다는 서울시 주택기조는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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