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가 판매하자는데...판매망 50% 반발
정가판매제 노사 재추진 합의에 대리점 반발..집단행동 우려에 사측 노심초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노사 갈등으로 2주 연속 생산부문 주말 특근이 중단된 현대자동차에서 이번에는 판매 부문이 마찰음을 내고 있다. 정가판매제 재추진을 위해 회사측이 처벌 규정을 강화하자 외부 위탁판매 조직인 대리점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자동차 내수판매와 맞물려 악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전국 대리점 협회는 최근 정가판매 재추진 관련 성명에서 '일방적인 노사만의 합의' '사회 통념상 형평성의 심각한 모순'이라는 표현과 함께 '현대차 관련 일체 행사 불참' '비상대책 회의 및 규탄대회 개최' '향후 단계별 추진 방향 수립' 등을 의결했다.
정가판매가 정착될 경우 영업사원들이 실적 수당을 제대로 챙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리점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발단은 회사측이 정가판매제 위반에 따른 처벌기준을 지점보다 위반 횟수가 많은 대리점에 대해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달 초 노사간 합의를 통해 '신고센터 운영 활성화 ' '인터넷판매 상시 경계 체계 구축' '정가판매 우수자 포상'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정가판매제 확립안을 수립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영업사원의 자체 할인이 가격 불신을 불렀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정가판매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자체 할인판매가 암암리에 나타나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노사간 합의를 통해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노사는 사업자인 대리점 소장이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30일까지 계약 출고를 전면 금지하고 재계약에 반영키로 했다. 또 직원이 위반했을 경우에는 판매코드를 삭제하기로 했다.
반면 회사 소속으로 돼 있는 지점의 경우 위반시 보조금 2회 제외를 비롯해 '실적과 수당 환수' 항목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대리점들은 이번 노사 합의로 위반시 처벌 강도를 높였는데 대부분 대리점에 적용돼 사실상 '대리점 죽이기'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대리점협회 측은 이 같은 방침에 '밥그릇 뺏기'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리점 관계자는 "(정가판매제) 실시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노사간 합의는 대리점과 지점의 형평성이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지난해 정가판매 위반 대부분이 대리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올해 1~2월 789건의 정가판매제 위반 사례가 적발됐는데, 이 가운데 대리점 위반건수가 72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직영지점은 69건에 불과했다. 대리점에서 우선 정착돼야 하는 근거인 셈이다.
현대차는 대리점의 이례적인 집단 결의에 대해 당혹해하면서 진화작업에 나섰다. 관계자들이 전국 대리점을 순회하면서 소장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 거부 등의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제도의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국내 대리점 규모는 전국 영업점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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