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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부진한 최형우, ‘국민타자’ 잊고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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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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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30홈런을 때리며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사나이. 4번 타자 최형우(삼성)의 앞길은 그렇게 트이는 듯 했다. 그는 2008년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다. 해마다 성적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2008년 19개였던 홈런은 이듬해 23개로 늘어났다. 2010년 그 수는 24개가 됐다. 그리고 지난 시즌 최형우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3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올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밝힌 각오는 여기에 불을 지폈다.

“원래 1등과 거리가 먼 편인데 올해 너무 많이 경험했다. 태어나서 우승도 처음 해봤다. 이렇게 각종 상을 받게 된 건 2군에서 보낸 10년여 동안의 고생 덕인 것 같다. 내년에도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뛰겠다. 올해 홈런 등 공격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했는데 내년에는 이대호(오릭스)가 세웠던 타격 7관왕(2010년)에 도전하겠다.”
충분히 밝힐 수 있는 각오다. 타자에게 30홈런 고지 입성은 군인의 가슴에 달리는 영광스러운 훈장과 같다. 지난 시즌 30홈런 이상을 때려낸 건 최형우가 유일했다. 역대 홈런왕 가운데 30개를 넘긴 타자는 최형우를 비롯해 김성한(1988년 30개), 장종훈(1991년 35개, 1992년 41개), 박재홍(1996년 30개), 이승엽(1997년 32개, 1999년 54개, 2001년 39개, 2002년 47개, 2003년 56개), 타이론 우즈(1998년 42개), 박경완(2000년 40개, 2004년 34개), 래리 서튼(2005년 35개), 심정수(2007년 31개), 김태균(2008년 31개), 김상현(2009년 36개), 이대호(2010년 44개) 등 12명뿐이다. 물론 30홈런은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했다고 해도 충분히 대단한 기록이다.

최형우의 올 시즌은 지난해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는 9일까지 23경기를 치르며 타율 1할9푼3리(88타수 17안타) 7타점 4득점 18삼진 9볼넷을 기록했다. 홈런은 한 개도 쏘아 올리지 못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긴 부진이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만 해도 타격감은 좋아 보였다. 3월 시범경기에서도 홈런을 때려내며 지난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했다. 우려의 시선을 받는 건 오히려 이승엽이었다. 하지만 ‘국민타자’는 정규시즌 22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5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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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가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는 크게 두 가지를 손꼽는다. 첫 번째는 ‘빗나간 예상’이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으며 정상에 오른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40홈런이 가능하다고 여겼을 테고 이대로 꾸준히 땀을 흘린다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그리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매년 30홈런을 쳐내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역대기록을 살펴보면 3년 연속 30홈런을 때린 타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최형우 앞 타석에 배치된 이승엽은 그 희소성 높은 기록의 보유자다. 7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냈고 당당하게 진출한 일본에서도 3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했다.
글쓴이는 이승엽과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1시즌 이후다. 그는 그해 39개의 홈런을 때리고도 더 많은 홈런과 높은 타율을 위해 타격 폼을 수정했다. 타격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도 스스로 공부해나갔다. 2002시즌 47개와 2003시즌 56개의 홈런은 이 같은 끊임없는 노력의 열매였다. 제 아무리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노력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 공든 탑은 무너지게 돼 있다. 이전과 똑같은 타격을 하는 것 같은데 저조한 결과가 계속된다면 타자는 이내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탄탄대로를 걷다 벽에 부딪히는 답답함도 느끼게 된다.

최형우는 현재 이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듯 보인다. 그에게 이전의 이승엽과 같이 홈런 타이틀 방어를 위해 밤을 설쳐가며 공부를 했는지 묻고 싶다.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위한 이전의 노력을 잊은 건 아닌지 우려된다. 타격은 이론적인 지식이 부족하면 긴 슬럼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부분에서 헤매게 되는데 이는 올바른 교정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비단 최형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로야구 타자들에게서 타격 이론에 대한 부족한 지식은 자주 목격된다. 대부분 특타나 일반훈련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타격과 관련한 책을 읽는다든지 이론적인 상담 및 회의 등을 등한시한다. 재미없고 지루한 시간이라 여기기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두 번째 부진의 원인은 막강한 경쟁자의 가세다. 이승엽은 삼성 복귀와 동시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홈런왕인 최형우는 그 사이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본인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오기를 부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충분히 밸런스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최형우는 머릿속에서 ‘이승엽’을 지워내야 한다. 의식하면 할수록 슬럼프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다. 피나는 노력 끝에 떠오른 스타라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는 이제 자신이 처한 환경의 늪에 빠지지 않고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아나가야 한다. 의식하고 욕심을 부릴수록 해법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다. 냉정하게 부진의 원인을 찾고 자신을 컨트롤해나가는 최형우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그는 충분히 더 무서운 홈런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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