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대 저축은행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박병석 의원)는 이날 여의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잇달아 방문해 김석동 위원장과 권혁세 원장을 만나 부실한 경영을 한 저축은행 경영진과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 감독기관들의 책임을 따졌다. 민주당은 김석동-권혁세 두 수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서 20여 개 부실 저축은행이 정리가 되면서 서민들이 재산상 큰 피해를 입었고 시장이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서민금융 전반에 걸쳐 부실과 퇴출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개별 저축은행의 부실 경영 차원만의 문제는 아니라 서민금융에 관한 제도와 시스템, 감독기능 전반에 이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저축은행의 문제도 물론 크지만 정부의 금융 감독 부실과 정책 실패, 이것도 이에 못지않은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것은 현재 국회 차원의 어떤 대책도 강구할 수가 없어서다"면서 "6월 19대 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정부의 대책, 검찰의 수사진행상황을 지켜보고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진행상황에 따라 진상조사단,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금융감독당국의 악연은 1997년 외환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에서부터 론스타 지분매각과 잇달은 저축은행 사태, 우리금융지주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매각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지난 3월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시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김태성 성균관대 교수의 말을 빌려 "현재의 서민경제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의 핵심책임자들인 강만수와 '윤중동'의 작품이라고 지적했다"라면서 "매우 적절한 지적" 이라고 했다. 그는 "윤중동은 윤증현, 최중경, 김석동을 말한다"면서 "과거 6.25이후 최대 환란를 경험했던 1997년 IMF라는 위기를 다시 당시 핵심책임자들이 부활해서 서민들에게 IMF에 못지않은 위기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4월 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이명박 정부는 4년째 접어들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재무부 출신을 요지에 기용했다"면서 재무부 출신의 강만수, 윤증현, 김석동, 임태희, 최중경, 권혁세, 유재한 등의 이름을 거론하고 "이들 모두 금융 정책국 출신"이라며 "정책 실패가 드러나도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이 없고, 정권이 바뀌어도 다시 정책라인에 기용되거나 공공, 민간 금융기관의 노른자위를 차지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따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각과 관련돼서도 민주당은 김 위원장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2003년 7월 25일 외환은행 외자 유치 관련해서 당시에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바로 김석동 현 금융위원장"이라며 "당시 론스타는 금융업을 영유하는 금융기관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예외적으로 시행령을 내려 승인한 것인데 올해 3월 16일에 금융자본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저축은행의 영업정지조치와 이에 따른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과 서민들의 피해확산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더이상 영업정지는 없다던 말을 계속 뒤집었다는 데 대한 불신이고 당국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책임론이다. 민주당은 올 들어서도 수 차례에 걸쳐 국회에 김석동 위원장을 출석시켜 금융관련 현안보고를 받고 대책을 추궁했고 금융위를 직접 방문해 김 위원장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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