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시장 르포]"꽃 성수기? 이러다 장사 접을 판"
[아시아경제 김혜민, 나석윤, 노미란, 오종탁, 이정민 기자]
"요즘 같은 불황에 누가 꽃을 사겠어요. 예년에는 5월만 되면 선물하기 위한 예약전화가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습니다. 대목 장사도 예전만 못해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꽃 수요 대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화훼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꽃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꽃을 선물로 주고받는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 4,5월은 윤달로 결혼식을 기피해 이 기간 꽃 수요도 급감한 상태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생산비는 늘고 있어 기대만큼 대목 장사가 안 될 경우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일 양재동 화훼공판장 안에 위치한 생화매장. 노동절 휴일임에도 가게 안에 손님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마저 대부분은 구경만 하고 나갔다. 아이 정서를 위해 꽃시장을 찾았다는 한 부부는 "요즘 같은 고물가시대에 먹거리 줄이는 것도 힘든 마당에 꽃은 사치품일 뿐이죠"라고 푸념했다.
매장 주인인 임 모 씨는 "꽃 소비 트렌드는 먹는 거와는 달라서 불황이 이어지면 소비를 아예 포기해 버린다"며 "그러니 장사가 잘 될 턱이 있겠어"라며 한숨지었다.
홍대 번화가에 위치한 한 꽃집들도 성수기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터넷상에서 입소문났다는 한 가게 주인은 "꽃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손님들이 사질 않는다. 불경기에 예전만큼의 특수를 누리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4월과 5월이 윤달인 것도 꽃수요 감소에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달에는 경사스런 일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풍속에 따라 결혼식 수요가 크게 줄면서 단가가 높은 예식장 꽃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꽃 거래량은 급격히 줄고 있다. 이날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장미(비탈종)의 평균 경매가는 2350원으로 전년 동기 3778원에 비해 37.8% 하락했다. 거래량도 2828건으로 4884건에 비해 42%나 줄었다. 안개꽃(인발종)은 1만329원에서 3930원으로 무려 62%까지 떨어졌지만 거래량은 1691건에서 79건으로 95%까지 하락했다.
다만,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임박해지면 꽃 수요가 늘어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화훼공판장 영업부 관계자는 "어제는 4000원, 오늘은 5700원으로 5월이 되면 하루사이에 변동 폭이 크다"며 "5월 들어서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꽃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화훼업계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매출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봉운 고양국제꽃박람회 대표이사는 "침체된 꽃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의 다양화가 중요하다"며 "고양시에만 화훼농가가 1000여개 있는데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품종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양재동 화훼시장 관계자는 "인터넷 시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누가 꽃을 직접 보지 않고 사겠느냐'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초기 전략 대응의 실패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는 화훼시장의 법인 설립이 활발한데 1개 법인이 많게는 300억에 가까운 연매출을 올린다"며 "한국은 화훼시장을 이끌 단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수기 매출 달성을 위해 꽃집들은 마케팅과 홍보를 다양화하는 등 판매 전략 변화에 나서고 있다.
홍대 앞 한 꽃집 직원은 "꽃 시장이 어려운 만큼 끊임없이 아이디어 회의해서 참신한 디자인 뽑아내고 홈페이지 블로그도 운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은 "올해 5월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3만원 대의 저렴한 꽃다발을 만들어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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