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속 중앙은행장·재무부 위상 강화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금융위기로 중앙은행 총재들이 세계를 주무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포브스는 미국 경제정책을 다루는데 중앙은행장이 대통령이나 의회보다 더 중요해졌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통령 역할을, 재무부가 의회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홀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폴 디트리히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의회를 숏(매도)할 수 있다면 최고의 투자가 될 것"이라며 경제위기 속에서 의회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음을 꼬집은 바 있다.
미국에서 국가 부채와 일자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처방은 부채한도를 올해 다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걸려있는 올해 부채 문제는 대표적인 정쟁 사항 중 하나다.
때문에 의회가 추가 부채한도 상향조정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자세한 설명도 없이 경제에 문제가 일으킬 것이라고 한 마디만 던지면 국회의원들은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할 것이라고 포브스는 예상했다. 결국 부채한도 상향조정은 의원들의 손에 의해 이뤄지지만 그들은 점점 이러한 문제들에 관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포브스의 진단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론 폴 텍사스 하원의원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다.
1992년 미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쳐 당시 조지 부시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제 42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폴은 올해 뉴햄프셔 선거유세 중 클린턴을 흉내냈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는 "바보야, 문제는 통화정책이야."이라며 감히(?) 재무부와 FRB를 건드렸다. 그 결과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 하며 현재 남은 공화당 4명의 대선 후보 중 꼴찌를 기록 중이다.
부채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최고 권력이 차례차례 경제통들의 손에 넘어갔다.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는 전 ECB 부총재 출신이다. 파파데모스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66%로 전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보다 훨씬 높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총리는 전 재무장관 출신이다. 그 역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재무장관 출신이다. 그 역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ECB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프랑스 재무장관들을 신임 총재로 받아들여 글로벌 경제 문제 해결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신흥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의회가 재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수바라오 총재가 마지막으로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바라오 총재는 프라티바 파틸 인도 대통령은 물론 만모한 싱 총리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포브스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감안해볼 때 결국 은행가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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