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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에서 '진연기'로 올라서다 - '건축학개론'의 배수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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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에서 '진연기'로 올라서다 - '건축학개론'의 배수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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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지금으로부터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걸 그룹 '미쓰에이 Miss A'의 배수지(19)는 연기자로 첫선을 보인 TV 드라마 '드림 하이'로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옥택연, 우영, 아이유, 함은정 등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총 집합한 '드림 하이'에서 도도하고 새침한 고혜미 역으로 등장한 배수지는 책을 읽는 듯 어색하고 부정확한 발성과 딱딱한 연기로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 대상이 됐다. 당시 막 스타로 도약하던 '이훤' 김수현의 상대 역이라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그에게는 '발연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붙었다. 10대 소녀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었다.

"아쉬움을 넘어 화가 났어요. '드림 하이' 끝난 후에 제 연기를 모니터 하니까 부끄럽더라고요. 살인적인 스케줄이기는 했지만 정신을 더 차리고 제대로 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욕심이 생겼어요. 일기장에 매일 밤 "나는 꼭 다시 연기를 할 것이다" 라고 썼어요. 나름대로 자기 최면을 건 거죠. 영화와 드라마도 열심히 보고 주변 사람들도 많이 관찰하고 발음과 연기 연습을 계속 했어요. 신기하게도 몇 달 지나서 제게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왔어요. 그게 바로 '건축학개론'입니다. 짜릿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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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짜릿했지만 이내 근심이 '쓰나미' 로 밀려왔다. '드림 하이' 때 지적 받았던 것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배수지는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었다. 다행히 극 중 연기하게 될 서연과 그가 말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았다. 건조하게 '툭툭' 말을 내뱉는 고혜미('드림하이')를 따라 하느라 '죽도 밥도 안 됐던' 아픈 기억을 떠올린 그는 서연 안에 밝고 털털한 배수지를 편하게 주입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도 수지의 이런 상황을 알았다. 그는 배수지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서연에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 했다. 뒤로 갈수록 더욱 좋은 연기가 나오는 그를 위해서 감독은 조급해 하지 않고 여러 차례 촬영을 반복했다.

"옥상에서 승민(이제훈 분)과 대화하는 장면을 처음에 찍었어요. 아직 영화 현장에 적응도 안됐고 제훈 오빠와 친한 상태도 아니어서 정말 어색했어요. 열두 번 정도 찍은 것 같아요. 서연이가 CD플레이어를 승민에게 내밀며 "들을래?" 라는 말을 건네는데, 여러 차례 이를 반복하니까 제훈 오빠 아니 승민을 향한 어색함이 조금씩 풀리더라고요. 어느 순간 배수지가 아닌 서연이 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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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관객들도 신기하다. '드림 하이'의 '통나무' 같은 뻣뻣한 고혜미를 기억한다면 더 그렇다. 배수지는 극 중 당차고 청순하지만 아픈 내면을 가진 서연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영화를 보는 30~40대 '늙다리' 남성들의 아련한 추억을 끌어냈다. 배수지가 현재의 서연 역으로 분한 한가인의 연기력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대부분이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은 이런 경우에 '딱' 인 사자성어다.
이제 열아홉 살. 배수지는 더욱 더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언제까지나 자신에게 맞는 역할만 연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면적인 이미지의 악녀(惡女) 캐릭터나 '빵빵' 발차기를 날려대는 액션 헤로인도 언젠가는 꼭 도전하고 싶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요. 서른 살쯤 되면 삶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직은 제가 하는 일 모두가 즐거운데, 어느 순간부터 그 재미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해요. 그 재미를 안 놓으려고요. 뭘 하던지 '깔깔' 웃으면서 재미있게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그게 배수지의 최고 장점이거든요.(웃음)" 빙고. 대중이 배수지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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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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