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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여보,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싸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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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년에 한번 들를까 말까한 사장실에서 연장근무(?)를 하는 것도 오늘로 닷새째입니다.

지금 시각은 하늘이 석양에 물들기 시작한 일요일 늦은 오후. 달콤한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동아리방이 되버린 사장실 한켠에서 졸고있는 선배들을 보면서 얼마전 제 자신에게 던진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아시아경제신문은 나에게 무엇일까. 나는 무얼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저는 아시아경제신문 입사와 동시에 결혼을 하고 예쁜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지난 25년동안 부친이 걸어오셨던 길을 아들인 제가 걷기 시작한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2년 10개월, 기자의 삶을 이야기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한민국 기자, 아시아경제신문 기자로써의 자부심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나아가 기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해준 일터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아시아경제신문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정치적 스팩트럼의 위기, 언론사 정체성의 위기가 아닌 대주주의 전횡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한 회계사는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왜곡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침묵과 암묵적 동의가 만들어낸 샐러리맨의 실패작이라고.

인정하기 싫을만큼 자존심이 상했고 역겨웠습니다. 왜곡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작품에,1000명의 생사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를 냉정하게 일갈하는 회계사의 태도에 말입니다.

알수 없는 고민에 지쳐가고 말수가 점점 줄어들던 어느날, 눈치만 보던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만 살아라.." 얼마전까지만해도 회사이야기만 나오면 티격태격하던 아내였습니다.

닷새동안 저는 조금이나마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무엇을 위해, 무엇때문에 싸우고 있는지를 말이죠.

주주자본주의 논리대로라면 말도 안되는 싸움을 시작했지만 아시아경제신문이 가져다준 가장으로서의 책임, 대한민국 기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오늘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긴박한 현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미천한 네트워크와 법률지식을 모두 동원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볼까 합니다. 선배, 동기, 후배의 뜻이 모여 시작이 이 聖戰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될 그 순간을 꿈꾸면서 말입니다.
   
2012년 3월25일  사장실 한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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