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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기억...‘배제’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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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4·11 총선을 향한 여야의 공천작업이 완료됐다. 양당 지도부의 홍보와는 별도로 이번 공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배신의 싹’ 자르기다.

지난 2007년 대선 정국. 한나라당 박근혜 진영은 당내 경선 초기, 자신들의 승리를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리 표 분석을 해도 이명박 후보에게 밀릴 이유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책사 정두언 의원 등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거론하며 ‘야권의 한방’을 당내에 자꾸 환기시켰다. ‘DJP연합’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라는 한나라당엔 악몽 같은 그 기억 말이다.

‘그들’이 이번엔 또 무슨 꼼수를 들고 나올지 모르니 중도 유권자까지 흡수할 수 있는 MB를 선택,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자는 논리였다.

여기에 청계천과 버스 전용차선 등이 수도권 여론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자 친박계 의원들이 하나 둘 친이계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것이 승부를 가른 포인트가 됐다.
여론조사 반영비율 등에서 통 큰 양보를 했던 박근혜 후보는 결국 미세한 차이로 눈물을 삼켰다.

그 때 친이 쪽으로 말을 갈아 탄 대표적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시키고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의 수족을 잘라낸 이번 공천은 2007년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친박계의 집단정서, 그 결과물이다.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무려 열 세 곳이나 후보를 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당내 경선에서 혹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범 친이계에 대한 견제로 보면 된다.

# 그보다 5년 전인 2002년 대선. 이른바 ‘광주의 선택’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루에 1%씩 하락하던 시절.

당시 민주당 일각에선 ‘후보교체’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었다. 이들은 소위 ‘후단협’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정몽준 의원 등을 대안으로 상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당 대통령 후보를 내부에서 흔들던 ‘후단협’의 행위는 이후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의 심리적 근원이 된다.

정확히 10년 후 민주통합당 당권을 잡은 친노와 486. 그들이 설계하고 집행한 이번 공천에서 구 민주계 및 호남지역 의원 상당수가 배제됐다.

그들의 정치성향이 바로 ‘후단협’ 멤버들과 유사한 ‘중도’다.

한편 대권주자인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도 공천 과정에서 자파 의원들을 대거 잃어버리는 내상을 입었다.

그 결과 친노 대표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총선관문만 통과하면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매우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이처럼 여야 모두에게 이번 공천은 연말 대선을 위한 ‘라인업’ 과정이었다.

‘박근혜’라는 거의 부동의 후보가 존재하는 새누리당과 달리 범야권의 대선후보는 총선 이후에도 몇 번의 출렁거림 끝에 확정될 전망이다.

친노 문재인에 손학규, 정동영 등 기존 대권주자의 도전이 본격화 될 것이며 또 다른 친노 잠룡인 김두관 경남지사도 어느 쪽으로든 결단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철수라는 초대형 장외변수도 존재한다.

# 이번 총선 역시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 중 상당수는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특히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준다는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호남지역의 몇몇 무소속 후보는 당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들이 원내 진입에 성공할 경우, 생환한 민주당 내 중도성향 의원들과 일정한 블럭을 형성할 개연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선 이들이 제2의 ‘후단협’을 결성하는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 정치지형의 변화는 늘 변방에서, 그리고 외곽과 비주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범야권 대선후보 결정이라는 숨막히는 롤러코스트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끝은 지난 2002년 처럼 ‘배신’으로 낙인찍힐 수도, 드라마틱한 정권교체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민주당 신주류가 밀어붙인 (정체성을 앞세운) 중도성향 현역 배제와 ‘호남 물갈이’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광남일보 국장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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