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소공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 에르메스 매장. 봄 신상백은 매장에 전시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주인을 찾았다.
바로 옆 샤넬 매장에도 50여종의 봄 신상백들이 진열돼 있었다.
올 봄에만 신상품이 두 차례 입고 됐지만, 주말이면 썰물 빠지듯 물건들이 빠져나간다. 경기불황은 남의 나라의 일인 것처럼, 수십개의 신제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즌 신상품은 주로 300만~500만원대의 제품으로 이번 시즌에만 구매할 수 있는 컬러와 소재, 즉 한정판 제품들이다.
샤넬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너무 '샤넬틱'한 것을 싫어한다”면서 “클래식 제품도 인기가 좋지만 이보다 가격은 낮고 독특해보이는 시즌 제품들도 요즘에는 참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루이뷔통 매장에서는 신상품인 '김남주백'이 불티다.
루이뷔통 관계자는 “이 상품은 매장에 입고 되기도 전에 드라마에서 김남주가 들고 나온 백이라고 입소문을 타 문의가 폭주했다”고 설명했다. 패션쇼에 나간 제품이나 시즌 제품은 한두 개 정도 들어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제품들만 선호하는 고객들이 있어 대부분 완판된다.
주문형 상품인인 메이드 투 오더(made to order) 서비스도 매장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 전시하면서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루이뷔통 한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도 청담매장에서 스케이트 케이스를 주문했다”면서 “주문하면 1년 정도 걸리는 제품이지만 견고한 제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반응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구찌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전 세계 딱 하나 밖에 없다는 2500만원짜리 악어가죽백이 입고되자마자 순식간에 팔리는 등 불황에도 '명품열기'만큼은 꺼지지 않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신세계와 현대, 롯데 등 국내 3대 고급백화점의 2011년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19.8% 급증했다.
루이뷔통, 구찌, 티파니, 샤넬, 에르메스 등 외국 유명 고가 브랜드인 명품 매출은 작년 백화점 상품군별 증가율에서도 단연 1위였다.
특히 올 초 샤넬, 프라다 등 명품 가격이 오르면서 '명품 사재기' 현상도 일어났다. 샤넬은 지난달 1일, 프라다는 지난달 23일 가격을 인상하는 등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알려지면서 '명품 선호족'들의 사재기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백화점은 지난달 명품 매출이 작년 같은 달 대비 8.2% 증가해 여성 정장(7.8%), 남성의류(4.7%), 아동스포츠(5.1%) 등에 비해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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