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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주총장 없는 회장님 어디갔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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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8시30분 시작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주주총회. 통상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주주총회 의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도현 부사장이 맡고 있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사실상 오너 경영인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그 시간, 사무실에서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있었다고 한다. LG전자 주총은 23분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같은 날 오전 9시. 현대자동차가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주총을 열었다. 의장은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김억조 부회장이 맡았다. 이사회에서 올린 5개 안건을 마치고 주총을 끝내는데는 30분이면 충분했다.
192개 상장사의 주주총회가 한꺼번에 열려 '슈퍼주총데이'로 불렸던 16일. 거창하게 붙여진 이름에 어울리는 이변이나 이벤트는 없었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오너 경영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주총장을 외면한다.

그러다 보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처음으로 주총장의 의사봉을 잡았다는 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단상에 오른 삼성가 3세 젊은 여성 경영인에 대해 카메라 플래시는 쉴새없이 터졌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올해는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위해 굳건한 의지를 갖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명문 서비스에 걸맞는 최고의 경영실적으로 보답하겠다"는 지극히 형식적인 짤막한 연설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의 화려한 데뷔를 기록하기 위해 모여든 기자들에게는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세마디가 전부였다.
글로벌 기업을 이끌고 있는 오너 경영자는 바쁘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중요한 사업파트너도 쉴새없이 만나야 한다. 이사회에서 정한 안건을 최종 추인하는 자리인 주총에 갈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다. 어차피 지분 구도상 주총장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일반 주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소액주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기관투자자들조차 회사의 핵심경영진을 직접 볼 기회가 없다. 주총은 일반 주주들이 회사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리다. 주주(株主)는 글자 그대로 회사 주식을 가진 주인들이다. 소액주주라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총은 주주뿐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벤트다. 주총일을 전후해 리셉션과 기자회견까지 3일간 열리는 이 이벤트에는 주주 외에도 전세계에서 취재진과 학생, 관람객이 몰려든다. 회사와 주주간 소통을 뛰어넘어 회사와 전세계 투자자 간의 소통의 장이 된 것이다.

주주들이 떼로 몰려드는 게 두려워 금요일에 몰아서 주총을 열고, 그것도 30분 안에 뚝딱 해치우는 모습 대신 이제는 주주들의 축제의 장인 주총 풍경을 보고 싶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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