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금융 관리감독 업무를 관장하다보니 이런저런 견해 차에서 오는 소소한 잡음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양 기관 수장이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는 것. 이들이 벌이는 신경전은 내부 임직원들조차 염려할 정도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판단은) 국내 법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출입기자들과의 청계산 등반에서 "은행법이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은 탓에 산업자본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무조건적인 법 준수에 문제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법과 절차에 따라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해서 금융위에 보고해야할 금감원이 상급기관에 훈수를 둔 셈이다. 소식을 접한 금융위 측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음은 물론이다. 론스타의 '바이 코리아(bye-korea)' 이슈를 놓고 책임 떠넘기기 꼼수를 부리는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꺼림직한 이슈에서 비켜가려는 '도망가기 경쟁(?)'과 함께 주도잡기 다툼도 치열하다. 금융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사안은 서로 먼저 챙기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업계와 공동으로 보험료 인하를 위한 조율에 나선 것을 금융위에서 알고 있었다"며 "마치 김 위원장의 주문으로 금감원이 움직인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간부들도 사석에서 이런 점을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금융 정책을 놓고도 실적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질 태세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20일 1박2일 일정으로 전국을 돌며 서민금융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서민금융 지원정책이 제대로 잘 운용되고 있는 지 들여다보겠다는 것.
이에 권 원장도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를 위한 업무설명회 자리에서 서민 금융정책 작동 현황을 점검했다고 했다. 자신 뿐만 아니라 금융 파트별 실무진을 현장에 나가게 해 2주 동안 집중 실태 파악을 진행하겠다며 강도를 높였다.
물론 금융당국 양 수장이 이슈에 대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면 더 없이 큰 문제가 된다. 금융불안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지금 '김-권 콤비'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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