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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大, 의대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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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이룬 첫해 이건 총장의 야망과 도전

"서울시립大, 의대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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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데, 문화산업은 있어도 지적인 부분이 없습니다. 서울시립대를 서울 지적기반의 상징, 지식창출의 상징으로 삼아야 합니다. 서울시에서 적극 투자하면 우리는 거기에 걸맞는 지식인들을 양성하겠습니다."

반값등록금 원년해인 올해, 이건 서울시립대 총장은 최근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자마자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공공성과 특성화를 양날개 삼아 '서울의 지식=서울시립대'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내친김에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까지 의과대학 개설도 꿈꾸고 있다. 
◆반값등록금, 서울시와 협조 강화..'공공성' 확대=올해 서울시립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238만9700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약속대로 서울시립대는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의 딱 절반으로 낮췄다.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낮다.

이건 총장은 "서울시립대 예산은 등록금과 서울시 지원금이 거의 50대 50 비율이었는데, 반값등록금 실현 후 학생부담은 4분의 1로 줄었고 나머지 4분의 3은 서울시 예산으로 채운다"면서 "서울시 예산이 20조원이 넘는데 반값등록금 실현에 15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인재양성에 이 정도를 투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총장이 서울시의 지원만 받겠다는 뜻은 아니다.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공공성' 강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서울시와 공조체제를 굳힐 방침이다. 반값등록금 이후 시립대 내부에서 '사회공헌 봉사단'이 만들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학생들의 공공성에 대한 의식을 높이기 위해 학생봉사 교양과목도 개설했다. 구청이나 교육청, 고등학교, 시민단체 등과 협조해 재학생들의 재능기부 등도 장려할 방침이다. 학생들은 벌써부터 재능기부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장은 "올해부터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사회공헌팀을 만드는 작업을 반값등록금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다"면서 "마치 준비한 것처럼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면서 학생들이 봉사활동 등의 취지에 더욱 공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와의 협조도 더욱 강화된다. 이 총장은 "서울시의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서울시립대가 서울시의 행정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서울시 하면 서울시립대가 떠오를 수 있을 만큼 서울시의 지적기반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립대만의 '특성화' 개발.."정치에 휘둘리지 않아"= 현재 시립대가 맡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의 10%도 서울시와 관련된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약 60억~70억원인데 결코 적지 않다.

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을 누구나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인하 등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어린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총장은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시립대는 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인증제'와 '강의조교제(TA)'가 대표적이다.

교육인증제는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이 각 학부·과의 강의와 교육과정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공학과 경영학, 건축학 등 외부 인증을 받는 10개 학과를 제외한 25개 학부와 과에 전면 실시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교육인증제는 교수 몇 명이 아이디어를 내서 국내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것"이라면서 "교수들이 서로 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까, 무엇을 가르칠까' 등을 고민하게 하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강의조교제는 박사과정생 전원을 강의조교로 지정해 학부생에게 전공 개인지도를 하는 것이다. 학과 교수보다 좀 더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박사과정생을 수업 보조 인력으로 투입해 학부교육의 내실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TA가 되는 박사과정생에게는 전액장학금을 주는 만큼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총장의 설명이다.

이 총장은 "강의조교가 있으면 교수는 보조인력이 있어 편하고, 학생들은 편하게 물어볼 사람이 있어 든든해질 것"이라 말했다.

또 '시립대'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절대 정치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도 안된다고 이 총장은 못박았다. 그는 "시립대는 물론이고 모든 대학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면서 "반값등록금은 이미 실현된 것이니까 차후 국공립 대학정책에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 지역 국립대학도 반값 등록금으로 지역기반의 산실이 돼 서울로 올라오는 인재들을 지방에서 흡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시스템 개편..도시형공공의료도 도전하고파 ='사람을 세우는 대학, 세상을 밝히는 대학'은 지난해 5월 이 총장이 취임사에서 발표한 포부다. 총장을 맡은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10개월간 서울 시장이 바뀌면서 새 시장 체제에 맞춰 움직여야 했고,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갑작스럽게 외부의 관심과 기대도 많이 받았다. 두 달간 감사원의 감사도 받았다.

이 총장은 지난 해 가장 해보고 싶었는데 못해본 것으로 '행정시스템 개편'을 꼽았다. 그는 "행정시스템이 서울시와 연계돼 있는 부분도 많고, 직원들도 시에서 파견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렇다보니 사립대만큼 전문성이 크지 않은데, 행정시스템을 개편해 업무 과정을 합리화하고,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7년 후인 2019년이면 서울시립대 개교 100주년이 된다. 이 총장은 "시립대가 1970년대는 100명밖에 안됐는데 이제 종합대학으로 어느 정도 규모도 커졌다"면서 "국공립대학이 성과주의 등의 압박을 덜 받는데, 이런 것들이 교수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게 되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연구 등을 열심히 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립대는 서울시가 운영주체여서 도시문제의 해결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도시과학이 특성화 분야라고 지적하고 세무와 행정, 건축과 토목, 환경과 교통, 조경 등이 강세분야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설하고 싶은 학과가 많지만 특히 의과대학을 개설하고 싶다"면서 "시립병원 등에 의사가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시립대의 재활치료나 복지 등의 부분을 강화한다면 서울시와 함께 도시형공공의료를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총장은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리처드 라이트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쓴 '하버드 수재 16000명의 공부법'이란 책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그는 "대학생활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설계해보라고 하면 우리 학생들은 '열심히하겠다', '성실히 하겠다" 는 등 똑같은 말만 한다"면서 "이 책을 보면 내가 무엇을 해보고 싶고, 나에게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게 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 총장은 특히 "서울시립대가 배출한 사람들은 지적 수준이 강하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알며, 사회에 기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박희준 사회문화부장
정리=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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