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으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중국 부자 연구기관 후룬과 중국은행이 지난해 11월 공동으로 단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산 1000만위안(18억원) 이상을 갖고 있는 96만명 부자 가운데 60%가 이민을 검토하고 있거나 관련 수속을 밟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민을 꿈꾸는 중국 부자들의 돌파구는 해당 지역 투자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투자 이민'이다. 미국의 투자이민(EB5) 프로그램은 일반 지역에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거나 낙후된 지역에 5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매 년 1만개의 비자를 발급해준다.
지난해 중국인들의 미국 투자이민 신청건수는 2969건으로 2007년 보다 10배 증가했다. 2년 전인 2009년 787건 보다는 4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중국인들의 미국 투자이민 신청건수는 세계 전체의 78%를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인들의 캐나다 이민 신청건수도 2567건을 기록, 2009년 383건의 7배에 이르렀다. 캐나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연 700건으로 이민 신청 승인 한도를 정해놓고 있지만 일주일이면 신청건수는 한도를 넘어서기 일쑤다. 신청자 십중팔구는 중국인이다.
이들이 이민을 통해 꿈꾸는 것은 돈을 더 버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과 만족을 찾는 일이라고 WSJ은 전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의 장모난 이코노미스트는 "치솟는 물가, 심각한 환경오염, 열악한 사회복지, 늘어나는 세 부담 등도 부자들이 중국을 빠져나가게 하는 요인들"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이 자녀들을 중국 밖에서 교육시키거나 가족을 해외에서 살게 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 자리를 예약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경우 딸이 하버드대학에서 유학중이며 이혼한 전 부인은 영국에서, 여자 형제는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차기 중국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딸 역시 미국 유학중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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