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태어날 때부터 '만성장가성폐색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아온 7살 소녀가 뇌사로부터 7개 장기를 동시 이식, 새 생명을 얻어 화제다.
서울아산병원은 김대연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교수팀이 지난해 10월 12일 조은서(7)양에게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간·췌장·소장·위·십이지장·대장·비장 등 7개의 장기이식을 동시 시행해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조 양은 2005년 미숙아로 태어나 만성장폐색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4살이 채 되기도 전 꼬인 위를 원상복구 시켜주는 수술을 받았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장 때문에 항문으로 대변을 보지 못해 결장을 우회하는 대장루술도 했다. 수술 후에도 주요 장기가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영양주사로 겨우 영양공급을 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영양제 투여법을 지속할 경우 혈관 손상이 심해지고 더 이상 주사를 맞을 혈관이 없어져 치료를 받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3개 이상의 복강 내 동시 장기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복강 내 다장기이식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술이다. 특히 만성장폐색증후군이란 희귀질환을 7개의 동시 장기이식으로 치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 양은 수술 후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 호흡을 했으며, 한 달 뒤에는 6년 넘게 맞아온 영양주사 대신 식사로만 영양 섭취가 가능해졌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 조 양은 수술 후 두 달이 채 안 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고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
조 양의 어머니 김영아(33)씨는 "천천히 밥 먹는 연습을 하면서 다시 건강한 웃음을 찾은 은서의 모습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생존 확률이 낮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수술 결과로, 의료진의 역량과 협력이 수술의 성공 요인"이고 소감을 전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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