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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장기대출, 유럽은행 부실 키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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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은행들, 대출 자금으로 위험자산에 도박 가능성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최근 유로존 국가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유럽 금융시장 신용경색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지난해 1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과감한 유동성 공급 대책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ECB가 지난해 12월 3년 만기 저금리 대출(LTRO)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대형 신용경색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13일자를 통해 LTRO가 유럽 은행들을 취약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의 경고를 전했다. 은행들이 대출받은 돈으로 부실 자산을 정리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LTRO 도입 전까지 ECB의 최장 기간 대출 프로그램이 1년에 불과했다. ECB는 LTRO를 통해 지난해 12월 523개 은행에 4890억유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오는 29일 2차 LTRO 대출 신청을 받을 예정인 ECB는 소형 유럽 은행들도 LTRO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주 LTRO 대출을 위한 담보 조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2차 LTRO 대출 신청 규모는 1조유로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LTRO에 대해 제네바 대학원의 샤를 위플로츠 경제학 교수는 "이는 엄청나게 큰 도박"이라며 "ECB가 위기를 잘 넘기면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상업은행들은 전보다 훨씬 나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ECB가 은행들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문제있는 유로존 국가의 채권 등 위험한 자산을 축적하게 독려하고 있으며 이는 은행 시스템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LTRO를 통해 대출받은 돈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은행들이 대출받은 돈으로 부실 자산이나 경영상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사례는 1990년대 일본 은행들에서 이미 확인이 됐다. 당시 일본의 좀비 은행들은 부실 대출에 대한 손실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실 대출자들에 오히려 더 대출해 부실을 숨기려는 행태를 보였고 이 때문에 건전한 기업들이 오히려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벨기에 브뤼셀의 연구기관 브뢰겔의 니콜라스 베론 선임 펠로우는 "좀비 은행은 좀비 기업들을 돕는다"며 "좀비 은행들은 대출이 필요한 대출자들에게 대출해주지 않으며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베를린 소재 경영.기술 유러피언스쿨의 요르그 로콜 회장은 "이미 부실해진 은행들은 대출 결정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활을 위한 도박'을 벌인다"며 부실 은행들의 위험 자산 투자 가능성을 우려했다.

LTRO를 통해 대출을 받은 은행들이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면서 신용경색 위험이 크게 낮아졌지만 이들 은행들이 정작 중요한 민간 기업들에도 자금을 빌려줄 것인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난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은행들이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면 국채 금리가 낮아지고 전반적인 금리 하락을 가져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드라기총재도 은행들이 기업들에까지 대출을 해줄 지는 분명치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대출금이 실물 경제로 흘러가는지, 대출이 효과가 있는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규제당국의 은행들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있는만큼 은행 부실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유럽 은행들에 자금 조달 명령을 내렸던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지난 9일 유럽 은행들이 6월말까지 마련해야 할 자본 확충 계획을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유럽 은행들을 상대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에 당국이 너무 안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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