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안 봐 확신 못하는 건 법관의 당연한 덕목...이념적 선명성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 보장
헌법은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지금 헌재는 ‘위헌’상태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물론 위헌법률, 권한쟁의, 헌법소원 사건 등의 선고는 7인 이상의 헌재 재판관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헌법정신에 입각해 법률을 저울질해야 할 헌재가 9인의 합의제라는 헌법 정신을 벗어나 있다는 데 우려가 뒤따른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그러나 “‘직접 보지 않아 확신이란 표현을 쓰기 곤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조 후보자야말로 진정 법관의 이상적 모습”이라 평했다. 법관은 늘 과거의 시점을 머릿속에 그려야 하는 직업이다. 이미 ‘과거에’ 발생한 법적 갈등은 결국 다수 당사자의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재구성해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관이 제시할 수 있는 상식적인 답변을 정치권이 정치적 성향이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는 이야기다.
학계의 모 인사는 오히려 “재판관의 이념적 선명성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있어 판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보다 치밀한 법적 논증을 꺼내 놓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분간 ‘위헌적인’ 8인 체제는 지속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본회의 표결이 부결됨에 따라 야당은 새 후보자를 추천해 인사청문회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잔여 임기와는 별도로 사실상 4월 총선 체제 돌입으로 오는 16일 종료되는 2월 임시국회를 끝으로 18대 국회는 문을 닫고, 19대 국회가 구성될 때까지 수개월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재 안팎에선 정치권의 정치 판결에 대한 도를 넘은 두려움이 사상 초유의 헌법기관 ‘위헌상태’를 장기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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