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기업 범위 정할 시행령 놓고 줄다리기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기업의 경영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준법지원인제도가 기업과 변호사 업계 간 이견으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준법지원인제도 대상 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기업 쪽은 기존의 내부통제 제도로도 경영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경영투명성 확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양측의 이해득실에만 논의가 집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개정 상법은 일정 자산규모 이상인 상장회사에 임직원이 직무수행 시 따라야 할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담당한 준법지원인 1명 이상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서 정하게 돼 있다.


25일 재계 및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기업 측은 준법지원인제도 적용대상 기업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변호사 업계는 자산총액 기준을 종전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낮춰 대상기업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전체 상장사 1816개 중 140여개사,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은 전체의 70%에 이르는 1300여개사가 해당된다.

◆경제단체 “단계적 도입 필요”…이중규제 불만=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들은 지난 9월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제도가 효율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준법지원인 자격 개방 등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법제조사본부 관계자는 “상장기업 대부분이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효용성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9월 제시한 의견을 법무부가 최대한 수용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상장기업들은 금융감독원 규제에 더해 법무부까지 기업들을 통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상장기업은 예외 없이 금감원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제도, 내부감사제도, 내부회계감시제도 등의 적용을 받는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금감원 규정만 따르기에도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준법지원인까지 두게 되면 중복규제로 인한 비효율적인 지출이 문제”라며 “1명 이상의 준법지원인을 둔다고 해도 결국 외부기관에 관련업무를 의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지방기업들은 이 제도 도입 이후 민·형사, 행정적 책임을 감면해주는 '인센티브릮'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준법지원인을 따로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준법지원인을 두게 되면 생산직원 몇 명을 고용할 수 있는 비용이 든다”며 “애초부터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개정안이어서 릫인센티브릮를 포기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협 “경영투명성 확보 위해 대상기업 확대시행 필요”=기업들의 이 같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업계는 최근 준법지원인 제도 확대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14일 준법지원인 제도 확대 시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재차 발표한 것.


서울변협은 9월만 해도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의 기준을 제시했으나 이의 절반 수준인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공시의무 위반 기업, 임직원의 형사처벌 및 행정제제 전력이 있는 기업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L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변협은 준법지원인 제도를 통해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며 “적지 않은 초임 변호사들이 이에 적극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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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준법지원인제도를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 16일 개최한 ㅔ'로스쿨 졸업생의 직역확대와 제도개선 방안'에서 법조직역 통합의 필요성과 준법 지원인제도 등을 통한 진로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비판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준업지원인제도가 변호사의 의무적 채용 여부에 집중되면서 논의가 지나치게 소모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석훈 선임연구원은 “시행령을 통해 준법지원인 자격을 넓게 규정하고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들에 우선 적용해 도입초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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