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연 "한전·전력거래소 통합 반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전력이 정부와 사전협의없이 이사회의 전기요금 인상안 의결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력거래소와의 통합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지식경제부 소속으로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통합보다 현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김진우)은 22일 '전력공급 안정을 위한 전력계통 운영방안'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전력 계통운영 기능을 통합하는 것보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에경연이 전력현안과 관련돼 연구원의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에경연은 "9.15 정전사태 이후, 계통운영의 기능분리에 따른 운영상의 비효율성이 부각돼 계통운영의 기능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계통운영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으나, 시장여건에 따른 통합의 비용·편익의 종합적인 비교ㆍ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15정전 이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와 지식경제부, 한전 등에서는 송배전과 전력계통운영을 일원화해야 한다며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출범한 전력거래소를 한전에 재통합해야 한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와 괸련된 입법작업도 벌이고 있다.
에경연은 그러나 "정전사태는 본질적으로 공급 및 수요측면에서 야기된 문제로서 계통운영의 기능조정은 정전사태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했다. 해외서는 국가내 단일 송전망을 가진 경우 송전망과 계통운영을 통합하여 TSO(유럽)를 운영하고, 분리된 다수의 송전망이 있는 경우는 ISO(미국, 호주, 일본)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단일 송전망이라도 발전, 송전, 판매부문의 분리 없이 송전망 소유자가 계통운영을 겸하는 사례는 없다는 주장이다.
에경연은 "계통운영의 기능통합은 일부 효율성 개선의 여지가 있으나,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면서 "통합될 경우 발전부문(또는 판매부문)의 경쟁구조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여 전력시장운영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에경연은 이에 따라 "사회ㆍ경제적 비용·편익 측면에서 전력계통 운영방안의 합리적 대안은 기능통합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것"이라며 "개선방안은 전력계통운영 유관기관간 협의체를 상설 운영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향후 송전부문에서 발전 및 판매부문이 완전히 분리된 경쟁적 전력시장을 조성한 뒤 망 소유와 계통운영 기능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진우 원장은 이날 지경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한마디로 한전의 전력계통 통합은 선수(발전 자회사를 통한 전력공급)가 심판(전력계통 운영)을 겸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김 원장은 또 단기 수요예측 오류, 예비력 오판, 비상대응체계 미흡이 지난 정전사태를 불러온 원인이라며 전력계통 통합이 정전사태 재발 방지대책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원장은 이와 함께 "이번 겨울에 원전 2기가 가동하지 못해 예비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있다"면서 "바짝 긴장한 채 수요를 관리하지 않으면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원장은 아울러 "철강 등 일부 산업 부문을 제외하고는 전기요금이 기업들의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작다"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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