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式 파격 "민생행보와 원탁"
27일 업무 첫날, 영등포 쪽방촌에서 원탁토론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시장이 됐다'며 과거보다 권한이 커진만큼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10ㆍ26보궐선거로 전대미문의 시민운동가 출신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시장의 파격 민생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 시절 밝힌 시민ㆍ현장ㆍ소통이라는 시정철학에 걸맞는 행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 행정 패러다임이 시민중심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27일 첫날 일정은 시민과의 만남으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 새벽 첫 공식 일정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서 영세상인과 만난 박 시장은 국립현충원 참배로 시작하는 기존 정치인들과 차별화를 선보였다. 시청 첫 출근길엔 지하철을 이용하는 파격행보도 보였다. 이어 오후에는 마무리 일정으로 주거 취약지역인 쪽방촌을 찾았다. 서민의 월동준비를 위한 "따뜻한 예산"을 챙기겠다는 당선 소감에 부합한다.
서울시 공무원과의 공식 상견례에서도 '시민'은 주요 화두였다. 박 시장은 시 간부급과의 인사 자리에서 "아래에서 위로 오는 방식을 좋아한다"며 "때로는 시민의 이익을 위해 대들어도 귀 기울여 들을 것"이라고 시정철학을 설명했다. 간부들이 착석한 좌석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시장은 또 다소 딱딱한 상견례를 두고 "저는 이렇게 공식적인 방식이 어색하다"며 "원탁방식을 좋아한다"고 향후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식으로 시정을 펼칠 것을 내비췄다.
시민ㆍ현장을 강조한 시정은 오후 쪽방촌 방문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오후5시께 영등포 쪽방촌에 박 시장이 등장하자 미리 나와 있던 주민들은 "직접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와 악수를 나눴다. "박원순, 박원순"을 연호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어 영등포 쪽방상담소에서 이뤄진 쪽방촌 현황 브리핑. 박 시장을 비롯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 행정과장, 영등포 구청장, 그리고 상담소장, 주민 등이 마주보고 앉아 원탁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목재나 합판 소재로 만들어져 화재에 취약한 점, 예산부족을 이유로 10여만원 줄어든 지원금으로 인한 어려움 등 주민들의 호소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적어도 시민들이 굶어서는 안되며 주거도 인간의 존엄성에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운동가 경력에 맞는 깜짝 만남도 있었다. 영등포쪽방촌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진료를 제공하는인근 요셉의원에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시절 지인을 만난 것이다. 지역이 재개발되면 의원을 옮겨야 한다는 지인의 고민을 들은 박 시장은 "재개발로 화려한 건물이 들어서는데 원주민은 다른데로 옮겨가야 한다면 뿌리가 무너진다"며 "도시개발은 사람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마을공동체 복원을 강조하며 노후 단독ㆍ다세대주택을 유지ㆍ보수하는 '두꺼비하우징'사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박 시장의 행보는 '시민시장'이라는 이름엔 걸맞는 파격행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는 것은 아니다. 박 시장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책상머리에서 연구하는 것보다 경청을 통해 답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민들의 현장을 직접 찾으면 페이퍼로 여러번 보는 것보다 훨씬 시정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장 집무실에서 서울시정을 익히고 업무보고를 받는 것이 우선순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취임 직후 27일 첫날 오전 시장 업무에서 첫 결재로 무상급식 예산 지원안을 결재하며 복지서울로의 전환을 알렸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달부터 초등학교 5ㆍ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예산이 집행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