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에 깊숙이 들어오다
발 담그는 安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아마추어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프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 지지의사를 밝힌데 대해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이 이같이 말했다. 안 원장은 2주 전만 하더라도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모른다"고 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정치에 깊숙이 들어왔다.
안 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도 갈린다. 야권은 대체적으로 그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반면, 여권은 "고도의 계산된 정치공학"이라고 보고 있다. 23일 저녁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 다음날 알려주겠다고 통보했고, 안국동 캠프 방문 2시간 전에 전화를 걸어 박 후보와의 면담을 알렸다. 그의 손에는 A4 2장의 편지가 전부였다.
그가 작성한 편지를 보면 '안철수식 정치'의 면모를 알 수 있다. 편지에는 박 후보의 지지 표명이 아닌 투표 독려 내용뿐이었다. 미국의 흑백인종분리법을 위헌으로 이끌었던 흑인 민권운동의 '로자 파크스 사건'을 언급하면서 '변화'를 강조했다. 또 변화를 위해서는 '행동'(투표)에 나서야 한다며 이번 선거를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했다.
야권이 기대했던 유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었다. 한 차례의 방문으로 그에게 부여된 지원사격 임무를 완료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5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안 원장이 박 후보를 무턱대로 지지했다가 부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는 등 수위를 적절히 조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 원장이 매우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그 효과는 어떤 정치적인 행동보다 더 클 수 있다"며 "어제 안 원장의 독특한 성격과 칼라가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안 원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안 원장의 신당설이 나돌고 있다. 시민사회와 야권 인사들을 모아 제3의 정치세력으로 키워 총선과 대선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구체적으로는 12월에 신당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 교수는 "안 교수의 어제 행보는 정치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라며 "다만 박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정치권에 당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직접 나서는 시기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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