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특허 빅4 위상 탄탄히 다졌다”

[초대석] 이수원 특허청장···12개국 특허청과 양자간 회담, ‘특허넷’ 아프리카 18개 나라 진출 등 ‘큰 성과’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대담=왕성상 중부취재본부장

이수원 특허청장이 WIPO 총회 참석 등 '지식재산권 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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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 특허청장(56)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9차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총회(9월24~30일)에 참석하는 등 1주일간의 ‘지식재산 외교’를 펼치고 돌아왔다. WIPO·아프리카지역지식재산기구(ARIPO)와 3자간 정보화 협력, 12개 특허·상표청과의 양자회담을 가졌다.

특히 인구 4억명 이상의 스페인어경제권을 대표하는 스페인·페루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상표분야의 국제적 논의를 주도하는 상표선진 3개청과 사상 처음 4자 회담도 가짐으로써 지재권 협력을 다변화하는 등 우리나라 특허청 위상을 크게 높였다.

또 출원, 심사 등 모든 과정을 전자화한 한국형 특허정보시스템 ‘특허넷’의 아프리카 진출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WIPO 총회 개막 첫날(9월26일) 7개 지역그룹에 이어 개별회원국으로선 알제리에 이어 두 번째로 기조연설을 한 것도 돋보인다. 이 청장을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지재권 외교’의 배경과 성과, 전망 등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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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PO 총회 참가로 얻은 결실은.
▲3가지로 요약된다. 우리 특허심사서비스 및 특허정보화시스템의 해외진출 확대, WIPO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 WIPO 내 한국인 진출을 늘리기 위한 발판 마련 등이다. 페루 국민들에게 특허협력조약(PCT) 국제특허심사서비스를 하기로 합의했다.

또 아프리카지역지식재산기구(ARIPO)의 특허정보시스템 구축에 WIPO와 공동 참여키로 했다. 우리나라가 WIPO의 핵심운영기구인 ‘사업예산위원회’와 ‘조정위원회’ 이사국으로 선임됐고 WIPO 수뇌부와의 협의를 통해 WIPO 내 한국인 채용을 늘려나가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식재산분야 협력 다변화에 따른 성과는.
▲선진국들과의 특허청장회담, 선진 5개 특허청(IP5, 한국·미국·일본·유럽·중국)회의에선 특허법 조화, 심사적체 해소를 위한 협력방안 등을 논의해 특허청간 업무공조를 위한 바탕을 다졌다. 상표선진 4개청(TM4, 한국·미국·일본·유럽)회의를 통해서도 효율적인 상호심사를 위한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유럽상표청과는 지난 5월 맺은 양해각서의 후속조치를 논의, 상표분야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스페인, 페루와는 양자협력 및 PCT 국제조사기관(ISA)/국제예비심사기관(IPEA)지정에 관한 양해각서를 주고받음으로써 스페인어권 나라들과의 지재권 협력의 교두보를 만들었다.

-WIPO 진출 확대 및 한·WIPO 협력 강화는 어떻게 이뤄지나.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PCT 국제특허출원국가다. 따라서 PCT수수료로 운영되고 있는 WIPO 재정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WIPO 재정기여율은 약 5.3%에 이르지만 WIPO 내 한국인 직원은 15명으로 전체 1234명의 약 1.2%에 머문다.

이번에 기조연설 및 WIPO 사무총장 면담을 통해 한국 PCT출원 증가에 따라 이를 처리키 위한 한국인 채용 확대를 요청했다. 사무총장이 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한만큼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아프리카지역지식재산기구(ARIPO) 정보화사업지원을 위한 한국특허청-WIPO-ARIPO 3자간 기술협력협약으로 우리나라 ‘특허넷’의 아프리카 진출거점이 생겼다.

이번에 WIPO와 개도국 지재권 교육 분야 한국신탁기금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도 맺어 WIPO와 지재권분야 인적자원 개발과 교육담당자 훈련에도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IPO 총회 때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수원 특허청장.

-WIPO 총회장에서 한 기조연설 내용의 핵심은.
▲국제지재권시스템의 개선과 WIPO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를 촉구했다. 지구촌의 경제침체와 재정위기를 이겨내고 재도약을 위해선 혁신이 필수적이다. 기업과 개인의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게 국제지재권시스템을 효율화하자고 주문했다.

후진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로 발돋움한 우리나라의 성장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할 것이다. 선·후진국간 격차해소를 위한 WIPO의 노력도 요청했다. 우리나라 국내 출원인들의 국제디자인 등록편의를 위한 헤이그협정 가입추진 등 한국지재권 활동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WIPO 회원국들에게 촉구한 국제지재권시스템의 역할 강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세계 출원인들이 더 쉽고 편하게 국제지재권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공급자로서의 WIPO 역할을 높이자는 것이다. 즉 PCT 국제특허 및 마드리드국제상표제도 등을 활용하는 고객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에겐 어떤 이익이 돌아오나.
▲국민들의 국제지재권제도 이용 편의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PCT 국제특허출원증가율이 약 20%로 세계 3위다. 마드리드 국제상표출원증가율이 42%로 세계 1위에 이르는 등 우리 국민들이 국제지재권시스템 활용이 크게 늘고 있음을 볼 때 WIPO의 고객서비스 강화는 국민들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와 닿을 것이다.

-WIPO 총회 기조연설 못잖게 회원국들과의 양자 간 회의도 중요했을 것으로 본다.
▲총회기간 중 12개 선진국 및 개도국 특허·상표청장과 연쇄적으로 청장급회담을 가졌다. 특히 개도국으로부터 회의요청이 잇달았으나 회의일정상 다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특허청 위상이 높아졌음을 확인했다.

-회의 때 다뤄진 주요 내용은.
▲특허·상표·디자인분야 공조 및 개도국 지원방안을 중점 협의했다. 개도국들은 ‘한국의 지식재산을 통한 경제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강력한 뜻을 보였다. 파키스탄, 에티오피아와는 관련양해각서를 체결키로 했다.

B+그룹(특허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세계 주요 특허청그룹) 내 특허법 조화를 논의키 위한 테게른제(Tegernsee : 독일 지명) 소그룹(미국, 일본, 영국, 독일, 덴마크, 프랑스, 유럽특허청) 나라들과 제네바에서 회담을 갖고 특허법 조화 등 국제지재권 정책방향을 논의했다.

스페인특허청과는 지식재산분야의 포괄적 협력을 위해, 페루와는 페루출원인을 대상으로 우리 특허청을 PCT ISA(국제조사기관)으로 지정키 위해 각각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

이수원 특허청장(오른쪽)이 기프트 시반다 ARIPO 사무총장(왼쪽), 프란시스 거리 WIPO 사무총장(중앙)과 ARIPO 특허행정정보화 프로젝트지원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특허넷’이 아프리카에 가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아프리카지역지식재산기구, WIPO와 ARIPO 특허정보시스템 구축지원을 위한 협력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RIPO 특허정보시스템구축사업이 내년 초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확정되면 2년간 시스템구축작업이 이뤄진다.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아프리카지역 지재권 협력, 특히 정보화분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특허넷’ 기반기술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적개발원조(ODA)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공적개발원조는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의 경제개발과 복지증진을 위해 공여국(원조를 하는 나라)이 제공하는 경제적 도움을 일컫는다. 수원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 개발원조위원회(DAC)가 인정하는 개도국이나 국제기구로 한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상원조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관리하는 수출입은행이, 무상원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맡고 있다. 1945년 해방 후 경제개발과정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ODA를 받았던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선진국 공여국 클럽’이라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자격으로 개도국을 돕고 있다.

-특허넷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특허청이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특허청은 지난해 11월 마련한 ‘특허넷 아프리카 진출계획’을 바탕으로 그해 12월 서울서 ARIPO와 지재권협력에 관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허청은 MOU 중 정보화분야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올 5월 ARIPO와 WIPO에 ARIPO 특허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3자간 협력양해각서 체결을 제안했다. 그 뒤 4개월여 논의 끝에 서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WIPO는 아프리카지역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WIPO는 회원기구인 ARIPO의 특허정보시스템구축사업을 우리와 손잡고 돕는다. 우리 특허청은 △ARIPO 특허정보시스템 개발 및 운영 지원 △정보화분야 전문가 파견 및 ARIPO 관리자·실무자 초청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 △ODA 획득 지원 및 관련자문 등 다양한 노하우를 제공한다.

-양해각서 체결과정에서 아프리카 쪽과 WIPO쪽 반응은.
▲아주 좋았다. MOU서명식에서 ARIPO의 시반다(G. H. Sibanda) 사무총장은 “한국 특허정보시스템인 특허넷 기능과 성능에 큰 인상을 받았다”며 ARIPO 특허정보시스템구축을 위한 우리 특허청 지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WIPO 거리(F. Gurry) 사무총장은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특허넷 개발경험을 가진 한국특허청의 노하우 전수는 ARIPO본부와 18개 회원국의 지재권 정보화수준 향상에 크게 도움 될 것”이라며 이 사업을 적극 돕기로 약속했다.

-선진 5개 특허청(IP5) 및 상표 선진 4개청(TM4)회의 주요 내용은.
▲IP5청장 회동에선 IP5체제 성과를 위해 협력을 더 다지고 심사기간 줄이기, 특허법 조화를 위한 공동연구, 특허문헌에 대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류체계개발 등 주요 협력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IP5체제에서 특허제도의 국제적 조화, 심사기간 단축, 공통분류구축 등이 본격 다뤄진다.

TM4회의에선 기존 상표선진 3개청(TM3, 미국·일본·유럽) 협의체에 우리가 가입함으로써 새로 출범하는 TM4체제의 운영방안을 협의했다.

-지재권 외교와 관련해 특허청이 할 일은.
▲세계 4대 지재권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 지재권 국제무대에서 선·후진국간 가교역할을 할 것이다. IP5 등 선진국들과 특허분야협력을 더 내실화하고 상표분야 G4회의인 TM4 출범을 통해 상표분야협력도 확대해 지재권 국제질서를 앞서 이끌어야 한다.

WIPO 등 국제무대에서의 적극적 활동도 중요하다. 개도국 입장을 이해하는 우리나라가 중간자적 입장에서 선·후진국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지재권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 입지를 강화하고 세계 지식재산시스템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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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 특허청장 주요 이력]

▲1955년 강원도 화천 출생 ▲1973년 춘천고 졸업 ▲1979년 행정고시(23회) 합격 ▲1980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0~1997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1988~1990년 일본 사이타마대학원 정책과학 석사 ▲1997~99년 미국 유엔본부 경제사회국(DESA) 경제컨설턴트 ▲2004~2005년 영국 옥스퍼드대 방문연구원 ▲2008~2009년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 ▲2009~2010년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장 ▲2010년 5월~(현재)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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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PO와 ARIPO는 어떤 기구인가?]

WIPO, UN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회원 184개 나라, 우리나라는 1979년 3월 가입
ARIPO, 아프리카지역지식재산기구···18개 회원국, 1976년 루사카협약 바탕으로 출범

WIPO(세계지식재산기구)는 특허, 상표, 디자인에 대한 국제출원 및 등록시스템을 운영하고 산업재산권과 저작권관련 국제조약을 관장하는 등 지식재산분야 업무전반을 총괄하는 UN의 전문기구다. 회원은 184개국. 한국은 1979년 3월, 북한은 1974년 8월에 가입했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특허넷’ 아프리카 진출창구가 될 ARIPO(아프리카지역지식재산기구)는 1976년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맺어진 루사카협약을 바탕으로 출범한 아프리카국가간의 지재권 협력기구다. 보츠와나, 감비아, 가나, 케냐, 레소토, 리베리아, 말라위, 모잠비크, 나미비아,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수단, 스와질란드,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짐바브웨, 르완다의 18개 회원국이 있다.

ARIPO 특허정보시스템 구축은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를 활용,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있는 ARIPO본부와 회원국의 지재권 행정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왕성상 기자 wss4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