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업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세계 10강, 돌격 앞으로"
한국 보험사, 글로벌 보험왕을 꿈꾼다 ① 삼성화재
- 중국 법인, 수입보험료만 6400만달러,,전년비 31% 껑충 '제2 도약기'
- 베트남 법인, 현지 외국 손보사중 점유율 1위,,차 보험 내년 본격 공략
- 미국 지점, 1~2년내 매출 1억달러 자신,,법인설립 작업도 마무리 단계
"글로벌 보험강국을 꿈꾼다"
대한민국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사들이 세계 무대에 폭넓게 진출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 및 한국 주재원을 대상으로 보험영업을 한 것과 달리 현지 국가의 기업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유럽 등 지구촌 곳곳에 진출, 세계 최고 보험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그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여다봤다.
[호치민(베트남) 조태진 기자, 상하이(중국) 이광호 기자, 뉴저지(미국) 김은별 기자]
'2020년 글로벌 톱 10'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의 야심찬 목표다.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꼽히는 보험업의 영토를 세계로 확장해 세계 굴지 보험사들과 겨뤄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 삼성화재가 앞으로 9년 후 '글로벌 톱 10' 보험사가 되겠다는 자신감은 지난 20년간 착실히 다져온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비롯된다. 현재 삼성화재의 글로벌 거점은 모두 17곳.
지난 1990년4월 미국 뉴저지에 해외 첫 지점을 낸 이후 94년 일본 도쿄 사무소, 95년 중국 베이징 사무소, 96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법인), 2002년 베트남 호치민(법인), 2005년 중국 상하이(법인), 2011년 영국 런던(법인), 2011년 말 미국 뉴욕(법인 설립예정) 등 꾸준한 열정으로 세계 전역에 법인과 지점, 사무소를 열었다.
한국 본사를 축으로 '해가 지지 않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제 구축된 셈이다. 삼성화재는 이를 토대로 올해 2011년을 '글로벌 원년'으로 설정,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년답게 지난 3월 세계 금융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영국 런던에 현지법인을 오픈했다. 아시아에 국한됐던 영업망을 유럽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말에는 두바이에 국내 보험사 최초로 사무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54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의 보험시장을 겨냥해 직원을 파견한 것이다.
삼성화재는 서울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아메리카, 유럽 및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오는 '2020년 글로벌 톱 10' 보험사에 오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삼성화재의 주요 해외 거점인 중국과 베트남, 미국 등을 방문, 현장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또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글로벌 영업에 적극적인 국내 보험사의 해외법인 및 해외지점을 잇따라 방문, 한국 보험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지 직원의 24시간을 7회에 걸쳐 게재한다.
◇연간 수입보험료 1억달러 눈앞에 둔 삼성재산보험 = 9월6일 오전 9시 중국 상하이 연안서로(路). 지난해 상하이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탓일까. 상하이라는 도시가 주는 위용은 대단했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 나서는 상하이 시민들의 빠른 발걸음이 서울과 전혀 다르지 않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고 해도 토를 달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상하이는 빠르게 국제금융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길을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은 상하이 연안서로에 위치한 '삼성재산보험', 삼성화재 중국법인이다. 삼성재산보험 이원경 부장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상하이에서 외국계 보험사 가운데 최초의 단독법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의 첫 마디는 삼성화재 중국법인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자랑 겸 소개였다.
이 부장은 "기존 기업보험 위주에서 벗어나 가계성 보험 진입을 위한 단기 개발전략과 자동차보험 연착륙을 위한 연계상품(해외여행보험, 운전자보험 등)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수준을 넘어 이젠 중국인을 상대로 보험을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뚜렷했다. 중국인 대상 현지영업은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삼성재산보험의 수입보험료는 6400만달러. 이는 전년대비 무려 30.9%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역시 지난해 정도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낙관했다. 경우에 따라 올해 연간 수입보험료 1억달러 돌파도 가능하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정현준 중국 법인장은 "중국의 보험산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보이는 등 보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2020년 글로벌 톱 10 진입'이란 중기 비전 아래 전체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달성할 수 있도록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법인장은 이어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정도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화재 중국 현지 법인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 정부의 규제완화. 그동안 중국 정부를 상대로 줄기차게 교통사고 배상책임 강제보험 시장 개방을 요구해 왔지만 외면당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중미전략경제대화에서 외자계 보험사에 대한 시장개방확대가 논의돼 앞으로 영업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장은 "책임보험이 풀린다면 중국 자동차보험 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인프라를 준비하는 등 시스템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외국계 손해보험사의 롤모델인 된 삼성화재 베트남 법인 = 같은 날 같은 시간 베트남 호치민시. 시계바늘이 오전 8시를 가리키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시의 대표적 금융타운으로 꼽히는 헤주안가(街)는 여느 때처럼 출근길을 재촉하는 오토바이 행렬로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회사 대부분이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제를 운영하고 있어 이 맘때면 교통 혼잡이 극에 달한다. 이제는 역사박물관이 된 옛 대통령궁과 맞닿아 있는 왕복 4차선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도대체 어떻게 운전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승현 삼성화재 베트남법인장은 그러나 사무실 창 아래로 전개되는 이 거리의 풍경에서 감지되는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 수가 많이 늘었다"며 "법인 진출 이후 지속해 온 고성장세를 이어가려면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일반보험 일변도에서 탈피해 자동차보험 등 개인상품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자동차협회(VAMA)에 따르면 지난달 이 지역 승용차 판매 대수는 24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량 늘었다. 정부가 수입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열악한 구매조건이지만,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이 꾸준히 확충되고 있는데다 지자체 별로 오토바이 시내 주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어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오는 10월 사무실 규모를 두 배로 늘려 이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전산시스템 등 설비도 늘리고, 개인보험 운영에 따른 클레임반도 신설하려면 더 넓은 사무실이 필요하다.
삼성화재가 베트남에서 일군 성과는 국내 금융권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힌다. 지난 2003년 법인화 이후 7년만인 2010년 시장점유율 1.7%를 기록, 현지에 진출한 12개 외자계 손보사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1200곳 가운데 700곳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지난해 현지 설계사 인력을 대폭 충원해 베트남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실적은 '고공비행'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각각 1300만달러와 1700만달러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전년 보다 40% 이상 급증한 2400만 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국내 기업의 실적 증가에 따른 보험료 상승 효과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내년에도 올해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보험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테스트베드 차원에서 1000대 정도를 가입시켜 운영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입차량 손해율, 고객 주요 클레임 포인트, 금융당국 인허가 대응 노하우 등을 익히기 위한 포석이다.
보험자산 운용, 손해율 관리 등 신뢰도 측면에서도 삼성화재는 현지 손보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 법인장은 집무실 한켠에 자리한 상패를 보여주며 "지난 7월 세계적인 보험회사 전문 신용평가사인 에이엠베스트로부터 B++ 등급을 받았다"며 "베트남에서 영업중인 손보사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라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우리 사무실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스카우트하려는 다른 외자계 보험사의 구애가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U 전역을 커버하는 삼성화재 런던 법인 = 9월6일 새벽 2시 영국 런던. 홍성민 삼성화재 영국 런던법인 차장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밤 11시부터 잠을 청했으나 3시간째 뒤척이고 있는 중이다. 결국 이불을 박차고 나온 홍 차장은 6일 스케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회의 자료를 또 한번 읽어 내려갔다. 해가 뜨면 하우덴(보험 브로커사)의 브로커 필립과 재물보험 갱신조건의 협의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지속된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재보험료율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갱신은 앞둔 재보험사들이 요율 인상을 달갑게 받아드리지 의문이다. 계약조건과 요율조정 폭을 놓고 필립을 어떤 논리로 설득해야 할 지 걱정이다. 오후에는 스웨덴 스톡홀름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사고처리 과정 개선을 위해 스웨덴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한다. 진행중인 사고처리시스템 도입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시스템 개발자는 자신했지만 고객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다.
일단 시스템 적용을 앞당기겠다고 전달할 생각이다. 홍 차장은 내침 김에 러시아 고객과 통화할 내용도 다시 한번 검토했다. 어제까지 받기로 한 물류보험 계약용 자료를 출근과 동시에 다시 한번 전화로 독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출근후 본사에 보고할 자료도 한번 더 읽었다. 신시장 창출에 대한 정보와 시장 공략 방향 등이 적혀 있었다.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창넘어로 해가 떠오르는 게 보였다. 지난 3월 현지 법인 설립 후 홍 차장의 하루는 늘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미국 현지 보험사 인수합병(M&A) 검토중인 삼성화재 = 9월5일 밤 9시 미국 뉴저지. 백창윤 삼성화재 미국지점장은 브라질 상파울루 현지 사무소(보험컨설팅유한회사)를 다녀온 결과를 한국 본사에 알리기 위해 보고서 작성에 여념이 없다. 본사와 통화를 마친 백 지점장은 퇴근 전 내일 일정을 체크해 봤다. 엉클(uncle) 데이비드의 생일이다.
백 지점장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데이비드는 보험 브로커로, 뉴저지주에서 개최하는 보험 브로커 컨퍼런스에서 백 지점장이 직접 발굴한 브로커 가운데 한 명이다. 백 지점장이 데이비드 삼촌과 인연을 맺은 건 1년 반 밖에 안됐지만 그 사이 400만달러(한화 40억원 상당)의 보험계약을 가져다 준 '복덩이'다.
미국의 보험영업시장은 대리점(에이전시)과 브로커들을 통해 100% 거래된다. 보험계약자를 대신해 보험상품을 선택하고, 계약을 체결한 후 중개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어떤 브로커와 거래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것이다. 백 지점장은 "관계형성이 잘 된 브로커 100명만 있으면 실적은 보장된 셈"이라며 "브로커를 관리하고, 삼성 스타일에 맞게 언더라이팅(인수심사) 교육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귀뜸했다.
우량 브로커를 대거 확보한 덕에 삼성화재 뉴저지 지점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4500만달러. 전년 3490만8000달러보다 무려 20.9%나 성장했다. 올해도 20% 가량의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백 지점장은 이같은 추세면 2∼3년내 연 매출 1억달러 달성도 무난하리라 생각해본다.
법인 설립 작업도 마무리됐다. 삼성화재는 미국 본토 공략을 위해 뉴욕에 '삼성화재관리회사(Samsung Fire & Marine management Corporation)'를 설립, 2012년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삼성화재는 미국 현지 보험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개인보험 시장으로까지 영업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선 미국 현지 보험사 인수도 필요충분조건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 기업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만 무려 3000여개에 달한다. 미국의 기업보험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인 셈이다.
삼성화재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개인보험시장까지 공략하기 위해 M&A라는 카드를 꺼낼 시기를 조심스럽게 엿보고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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