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상미 기자] '잘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재정지원 및 학자금대출 제한 조치가 나오자 43개 해당 대학들은 불명예를 씻기 위한 대책마련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내부 논의를 거쳐 49명 교수 전원이 사퇴를 결의한 추계예술대학교(총장 임상혁ㆍ이하 추계예대)의 사례가 이런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이 대학 교수들은 이날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실대학 선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꾸지 않아 1~2년 뒤 추계예대가 퇴출 위기에 놓인다면 우리 교수들도 자리를 내놓겠다"며 사퇴 결의를 했다.


이들은 "부실대학을 선정할 때 취업률을 예술대학의 특성을 무시한 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만을 기준으로 따져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예술대학 학생들은 제도권으로 취업하는 경우 못지 않게 순수예술이나 예술지도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고려치 않고 단순히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취업의 잣대로 삼아 실질취업률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 여부가 평가됐다는 얘기다.

이 대학 영상문화학부 김희재 교수는 "계속 이런 식이라면 예술대학 학생들의 취업률은 제대로 집계될 수가 없고, 결국 예술대학 전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의 평가 직후 이 같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계예대 교수들이 던진 '강수'에 교과부는 예상 외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응권 교과부 대학지원실장은 "순수예술 쪽 취업률의 경우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이해한다"면서 "(집계 방식을)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서 논의는 새로운 해결점 찾기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취업률 산정의 문제만을 들어 대학의 자구노력을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대학 구조조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다. 산학 또는 산학연 연계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취업률을 높이고 체질 개선에 성공한 대학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9년 '안산캠퍼스'라는 이름을 떨쳐버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교육에 집중하는 서울 캠퍼스 운영시스템과는 달리 취업역량 강화에 집중해 '산학연 클러스터(집적단지)를 구축한다'는 구호 아래 캠퍼스 내에 경기테크노파크ㆍLG소재부품연구소 등 산업기관을 유치했다. 창의인재원과 한국생산기술시험원 등을 바탕으로 '즉시전력감'인 인력을 대거 배출하며 취업률을 약 80%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에서 지원받은 돈은 무려 350억원이다.


'현장실무 중심의 직업교육'을 목표로 우수 기업들과 손잡고 학생 살리기에 나선 한국폴리텍대학의 경우 전국 6개 캠퍼스의 2011년 취업률이 모두 90%를 넘었다. 모집정원 미달로 2005년 홍성캠퍼스가 폐교 위기에 처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예술대학들도 학문의 특성에 고립되지 말고 디자인, 미술 등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한 영역을 집중 육성하고 이를 순수예술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다각적인 발전모델을 적극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소비자가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며 남탓만 하는 분위기로는 대학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수의 실적을 평가할 때 연구실적 외에 취업지원 업적 등 학생 지원업적 평가를 대폭 반영하는 쪽으로 국내 대학 전반의 시스템이 손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이 교수들의 연구기관이 아닌 진정한 '학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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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사립대학에서 학장 보직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교육 당국이 실질 취업률을 산정할 수 있는 촘촘하고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대학들이 당국에 합리성만을 요구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본부에서 전략기획 수립 업무를 총괄하기도 했던 이 교수는 "산학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교육계 못지 않게 산업계에도 확산돼있다"면서 "대학의 노력에 진정성이 있다면 결과물을 내놓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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