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규씨의 타이포그래피 작품-문자. 사진=드림커뮤니케이션즈 제공.

정병규씨의 타이포그래피 작품-문자. 사진=드림커뮤니케이션즈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식당에 가면 볼 수 있는 안내판 '물은 셀프', 차를 타고 가다보면 보게 되는 표시 '일방통행', 거리를 걸을 때면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보이는 '00식당' 혹은 '00약국' 등과 같은 간판들. 이처럼 문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이것'이 있다.


비단 표지판이나 간판뿐만이 아니다. '이것'은 책 표지나 음반 표지, 영화 포스터, 광고 전단지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늘 지식의 주인공인 '이것'은 문자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치해 생각이나 의도를 표현하는 시각 디자인 기법을 뜻하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다.

◆타이포그래피란 문자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단어,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단어 자체의 뜻을 떠올려보면 된다. 글자나 활판 인쇄를 뜻하는 단어 타이포(typo)와 기록법을 의미하는 단어 그래피(graphy)를 합쳐서 만든 타이포그래피는 활자나 글자를 다양하게 배치하는 디자인 기법의 하나다.


국내 최초의 북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인 정병규(65)씨는 "타이포그래피는 책 표지나 음반 표지, 음식점 간판 등 문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있다"며 "창제문자에서 시작된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북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인 정병규(65)씨는 "타이포그래피는 책 표지나 음반 표지, 음식점 간판 등 문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있다"며 "창제문자에서 시작된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1일 만난 국내 최초의 북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인 정병규(65ㆍ사진)씨는 이와 관련해 "예전의 타이포그래피는 전문가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타이포그래피도 함께 대중화됐다"며 "이메일을 보내는 것과 같은 일상 곳곳에 타이포그래피가 녹아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새로운 타이포그래피 시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대로 세습해 내려오거나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었던 타이포그래피가 이젠 누구나 참여해 기여를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쉬운 예로 강아지를 잃어버려서 그 강아지의 나이와 특징 등을 적은 벽보를 만든 경우, 이 강아지 찾기 벽보가 바로 타이포그래피다.


◆한국 최초의 타이포그래퍼는 세종대왕=한국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짧게 보면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1940년, 길게 보면 한글이 창제ㆍ반포된 1443년부터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역사가 시작됐으니 길게 잡아야 600년을 채 못 넘겼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반면 서양 타이포그래피의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른다.


정씨는 "한국 최초의 타이포그래퍼로 주시경이나 최현배와 같은 국어 학자를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타이포그래퍼는 엄연히 세종대왕"이라며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은 알파벳으로 대표되는 진화문자와 달리 창제문자라는 점, 자음과 모음의 표준 형태를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실제로 사용될 때 그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미리 보여줬다는 점 등에서 타이포그래피의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발전 가능성에 관해서 그는 "원래 있던 다양한 형태의 상형 문자 등을 한 데 모아 '다즉일(多卽一)'로 만든 알파벳과 이전엔 없던 문자를 만든 뒤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즉다(一卽多)'의 한글은 발전 가능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훈민정음이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로 변하기 시작하고, 지금은 궁서체니 바탕체니 하는 다양한 글자체로 사용되고 있는 걸 보면 한글 타이포그래피엔 무한한 독창적 발전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전했다.


◆타이포그래피 점점 획일화 될 것..새로움 고민해야=큰 발전 가능성을 가진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남은 과제는 '새로움'이다. 컴퓨터 덕분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타이포그래피에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를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은 문자 생활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의미가 크다.

AD

문제점은 획일화에 있다. 컴퓨터가 찍어 내는 타이포그래피는 전문가의 것과 일반인의 것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영역이 갈수록 좁아진다는 것이라는 게 정씨의 지적이다.


정씨는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타이포그래피도 획일화되기 시작했다"며 "여기서 벗어난 새로운 창조 영역을 만들어내는 게 앞으로 전문 타이포그래퍼들을 비롯한 디자이너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조언했다.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