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금리 상품 권유에 반발하는 은행들

- 빚더미 저신용자들, 금리 매력있다고 가입할지..
- 연 10% 고금리 '우체국 새봄자유적금'도 목표치 미달
- 퍼주기식 상품보다는 세제혜택 주는게 더 낫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하는 은행권 공동 친서민 고금리 수신상품 개발에 급 브레이크가 걸렸다. 은행권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며 금융당국에 반대의견을 전달한 것. 은행권의 반대 논리를 정리해 본다.

①실효성 논란 "있는 상품도 안 팔린다"= 과연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서민들이 고금리를 준다고 저축할 여력이 있느냐하는 의문이다. 현재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은행연합회ㆍ금융회사ㆍ공공기관 등 134개 기관의 신용정보를 종합해 개인당 1~1000점으로 매긴 점수를 토대로 신용등급을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매기고 있으며, 7~10등급을 하위등급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를 준다고 과연 서민들이 저축할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수입에 따라 세제 혜택을 달리 적용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새봄자유적금의 경우 5월 현재 가입자 수가 4400명으로 당초 목표(1만3000계좌)의 3분의 1에 머물고 있는 것도 실효성 때문이라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②담합논란 "공정위가 문제삼으면..."= 은행들이 공동으로 고금리 상품을 만드는 건 담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고금리 수신상품을 내놓으면 저축은행ㆍ농협ㆍ수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의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담합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기관의 대출상품인 '햇살론'에 이어 은행권에도 유사상품인 '새희망홀씨'를 내놓도록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대책없는 서민지원으로 서민금융기관은 고객을 뺏기고, 은행은 가계대출 규모 확산에 일조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정위는 과거에도 은행권의 담합을 문제삼아 제재를 취한 바 있다. 2009년 대출금리 하락을 은행들이 담합을 통해 제한했다며 실태조사를 벌였고, 2008년에는 8개 은행이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 등을 담합했다며 총 95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지로수수료 인상을 담합했다며 17개 은행에 43억5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③배임논란 "주주들이 소송제기하면?"= 서민용 고금리 상품은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보통 시중은행의 1년제 정기적금 잔액은 평균 1조~2조원 수준. 금리를 1%만 올려도 100억~2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역마진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을 경우 주주로부터 경영상 배임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은행의 주장이다. 


지난 23일 금감원과 은행 상품개발 담당자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많은 은행 관계자가 배임 가능성을 우려했다"며 "정부가 관련 법을 고치면 그 때 역마진 상품을 취급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AD

④현실성 논란 "팔기도 쉽지 않다"= 판매 프로세스도 문제다. 본인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면 대출을 안받아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신용정보를 조회할 경우 신용도 추락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용등급별로 고금리 수신상품을 제한할 경우 아슬아슬하게 가입하지 못하는 고객의 반발도 예상된다. 7~10등급 저신용자에게 최고 연 10%의 이자를 주는 '우체국 새봄자유적금'과 유사한 상품을 내놓을 경우 6등급이 반발할 수 있는 것. 한 시중은행 부장은 "일선 지점장으로 있을 때 새희망홀씨 목표는 맞춰야겠고, 정작 대출 대상은 찾기 힘들어 애먹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