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근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금형업체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일부 대기업이 금형 기술인력을 모집하자 주로 7~8년차 숙련 기술자가 갑자기 이직을 통보해 버린 것. 갑자기 기술공백이 발생했고 대체 인력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니 어질하다. 일부 직원이 이직하자 나머지 직원들도 이탈 조짐이 있거나 심적으로 심한 동요를 보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소 금형업계는 자체적으로 전문대 등과 연계하여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어,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을 무임승차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도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중급 개발인력이 프로그램 설계도중 대기업으로 이직해 관련 사업이 철회되거나 연기되는 결과를 맞았다. 핵심인력 이직으로 인해 표면적인 매출감소 뿐 아니라 거래처에서 "사람 관리도 못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의해 추가 매출이 줄어드는 등의 피해도 컸다. 회사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하고 싶어도 중소기업은 고발, 증거자료 수집, 피해 검증 등을 전담할 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에 체계적 대응이 곤란하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한 중소,벤처기업들은 "숙련 기능직 뿐만 아니라 석사급 연구인력도 채용하고 해외연수까지 시켜 키워놨더니 간판 좋고 월급 좋은 대기업으로 한순간에 가더라"면서 "입사, 퇴사시 전직금지 동의서 징구, 동종 업종간 무분별한 인력채용 자제 건의 등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으나, 억제 효과는 크지 않다"고 했다. 별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에서 수년간 집중 투자해 키운 기술인력에 대해 스카우트에만 의존하지 말고, 대기업 스스로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1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중소기업 입장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근로조건을 찾아가는 '발로 하는 투표(vote by feet)'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부도 문제를 알지만 정부 대책을 통해 기업간 인력이동,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제한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박 장관은 "중소기업 기술인력 이직을 제한하는 접근보다 불공정 사례에는 엄중히 대응해 나가되, 중소기업에 기술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인력공급체계와 장기근무여건을 조성하는 발전적인 대안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날 각부처가 마련한 방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숙련기술자를 대기업이 부당하게 유인ㆍ채용하는 행위에 대해 감시와 법 집행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 나온 '인력의 부당 유인ㆍ채용'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된 사례를 해당 지침에 반영해 부당 유인ㆍ채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계획이다. 조달 물품 제조ㆍ입찰에 관한 적격심사기준에 부당 유인ㆍ채용한 기업에 대해선 감점 처리토록 해 정부 입찰에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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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에서도 신청기업의 평가기준에 이런 불공정행위를 포함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 연구개발(R&D) 지원사업에서부터 우선 시행한 뒤 향후 전체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또 부당하게 인력을 빼앗겼더라도 거래 관계 등으로 해당 기업을 신고하는 것을꺼리는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 중인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확대ㆍ개편해 부당한 인력채용 사례를 상시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현재 시행 중인 기술자료 임치제를 의무화하고 기술ㆍ인력 유출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법률상담과 컨설팅 등을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 연구활동비 비과세 적용범위도 확대하고 명장 등 우수 숙련기술인에 대해 공공시설 이용 시 우대하고, 국내여객 공항이용료나 주차자 사용료를 50% 감면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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