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금융권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중소기업에 다시 자금난이 벌어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의 경우 현금보유량이 풍부해 여유가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권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은행들이 자금공급을 줄여 위기에 빠지는 일이 매번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의원들이 김석동 위원장에게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특별히 신경써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국회에서 "정책금융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금융당국은 중소기업들의 자금경색 우려에 대해 따로 정책금융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금융위 관계자에 따르면 "상반기 중 중소기업 대출 및 정책금융 실적을 점검하고 있는데 특별히 문제가 없다"며 "가계·부동산 대출규제로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별도 정책금융 지원을 준비하지 않고 있으며, 시장 위축기미가 보일 때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충분히 공급하고 있는 만큼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당국의 말은 틀린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7월 중 2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월 1조원 감소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는 '통계상 착시'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계상 기업구분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라며 "통계가 전월대비로 나와서 그렇게 보이는 것 뿐 실제로는 (대출이) 별로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대출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지난 2008년에도 금융위기 발발 직전까지 중소기업 대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2008년 3월 4조2000억원, 4월 7조4000억원, 5월 5조8000억원, 6월 6조1000억원, 7월 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8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발하자마자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몇개월간 5~6조원 대에서 유지됐던 중소기업 대출은 8월 중 전월의 3분의 1 수준인 1조8000억원으로 떨어졌다. 그 다음 달인 9월에도 1조9000억원에 그쳤던 중소기업 대출은 정부가 패스트트랙 등 유동성 지원대책을 실시하고 나서야 2조원대를 겨우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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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웃돈을 주고서라도 중소기업 대출 유치에 나섰던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도 대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부장은 "기업대출의 경우 늘려야 하나 줄여야 하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도 있다"며 "지주회사 차원에서 기업대출 관련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6일 김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출 활성화에 대한 요청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외화유동성 확충 및 기업대출 등의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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