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내년 사업계획 '트릴레마' 경고등
격랑의 세계 경제..투자 고용 축소땐 잠재력 악화, 반대땐 위기 대응력 떨어져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미국 신용등급 하락 충격 속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휘말린 세계 경제가 향후 1개월 내 진정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산업계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삼자택이(三者擇二)'에 발목을 붙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9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내년도 사업수립계획에 착수해야 하는 대기업들이 '투자ㆍ고용ㆍ실적'의 균형 맞추기 작업에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적 관리를 위해서는 투자와 고용의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이 경우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게 되고 반대의 경우 현금보유규모가 낮아져 금융위기 발생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현대기아차, SK, CJ등 주요그룹들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세계 증시 움직임 속에서도 일단 투자와 고용계획에 변동이 없으며 실적 또한 자체 원가경쟁력 및 마케팅 강화를 통해 당초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실물경기로의 전이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이같은 판단의 근거다.
그러나 산업계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2008년 8월 금융위기 때의 데자뷰다.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초기에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던 대기업들은 9월 리먼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수시경영계획 변동을 염두에 둔 로드맵, 또는 시나리오별 경영계획을 세우겠다며 갈팡질팡한 바 있다.
특히 올해 30대 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인 총 113조원대의 투자를 진행중이고 신규 고용규모 역시 전년대비 10.2% 증가한 11만8000명로 설정해 올 하반기에 이중 절반 이상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금융공황이 실물경기 악화로 직결돼 3분기부터 목표 영업이익 달성이 요원해진다면 당초 투자 및 고용계획은 실적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당장 CJ의 대한통운 인수 및 SK텔레콤과 STX의 하이닉스 인수합병(M&A)에서 조차 채권단과의 가격차이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내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 올해 예정된 시설 및 연구개발(R&D)ㆍ신성장분야 투자, 고용방침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현금보유를 최대화하지 않는다면 내년 사업계획이 예년대비 크게 축소될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적 입장이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들은 "실제 신용경색에 의한 위기가 아니라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충격이기 때문에 일단 추이를 지켜본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은 올해 총 23조원에 달하는 신규 설비 투자를 집행중인 삼성전자를 포함, 5대 신수종 산업에 20조원 이상의 자금 집행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신규채용규모도 유지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LG그룹과 포스코 등도 계획된 투자는 미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것인 만큼 현재로서는 수정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그룹 고위관계자들은 "향후 주식 등 금융불안 여파가 실제 제조업 등 실물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에게 향후 1개월은 올해 투자ㆍ고용ㆍ실적 점검과 더불어 내년 경영환경을 가늠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주가급등락이 한국 주력 수출품인 IT와 자동차 등의 수요 급감을 유발할 조짐이 나타날 경우 기업들이 성장잠재력 확충과 실적악화 가능성이라는 괴리를 어떻게 조율할 지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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