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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산을 떠나는 슬픈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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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크리스마스트리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 가문의 자손인 구상나무. 부드러운 초록색 가시들을 온 몸에 두르고 5~6월이면 작은 파인애플 모양의 꽃들을 촛대처럼 들고 서 있으며 추운 곳을 좋아해 해발 1천3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이 특별한 나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대성 식물인 구상나무가 살기에는 우리나라의 산들이 너무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탓이다.

1964년 제주도 한라산에 있는 시원한 구상나무 마을은 935.4ha에 이르렀지만, 따뜻해지는 마을을 견디지 못한 나무들이 떠나면서 매년 8.84ha씩 좁아져 2008년에는 795.3ha까지 줄어들었다. 그 사이에 제주도 평균 기온은 1.1도 상승했다. 따뜻해진 날씨 탓에 마을에 남아있는 구상나무들마저 점점 야위어가고 있다. 지난 5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신체검사 결과, 가슴둘레(흉고단면적: 가슴높이 횡단면 면적)가 2003년 25.7㎡/㏊(윗세오름 지역)에서 2010년 17.3㎡/㏊으로 지난 7년새 3분의 1이나 줄었다. 대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물참나무와 소나무들이 가구수를 늘려가고 있다.
육지에 있는 구상나무 동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리산 1000m이상 지역에 1981년에 터를 잡았던 구상나무 마을도 같은 이유로 매년 1.77ha씩 더 추운 산 정상 쪽으로 옮겨가다보니 2007년에는 216ha만이 남았다. 그나마 지리산 마을의 기온은 0.77도 상승해 한라산 마을보다 나았지만 이 마을 역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고 신갈나무, 떡갈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구상나무 마을로 넘어오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엄홍우ㆍ이하 공단)이 이처럼 작아지고 있는 구상나무 동네 실태파악에 나섰다. 공단은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국립공원의 1300m이상 아고산대 지역에서 기상상황을 측정해 기상상황이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중이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구상나무 생태정보'를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이와 관련, 공단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의 아고산대 지역에 기온, 지온, 토양수분 등의 환경요인을 30분 간격으로 수집하는 측정 장비를 설치해 기상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항공사진과 위성영상을 분석해 구상나무 분포면적을 확인해 왔다.

국립공원연구원 권혁균 원장은 "고산지대의 침엽수림이 쇠퇴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유력함에도 그동안 해당지역의 기상환경을 관측한 결과가 없었다"며 "지속적인 기상측정 결과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의 상관관계를 밝혀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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