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센터운동본부 허문행 본부장의 이력은 이렇게 요약된다. 198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허 본부장은 1984년부터 2000년까지 KT연구개발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전화부터 인터넷까지 한국의 통신·IT산업 성장과 함께 했다.
지금같은 모바일 시대가 열릴 것을 10년 전 예측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모바일 디바이스가 당연히 등장할 것이고 운영체제(OS)역시 그에 걸맞는 것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예측됐던 모바일 시대에 대비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은 아이폰 도입의 충격 이후에야 허겁지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왜 이렇게 늦었을까.
허 본부장은 "모바일 시대는 제조업에서 콘텐츠로 산업 환경 자체를 바꿔놨다"며 "반면 제조업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콘텐츠'에 투자할 마인드를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국내 기업들의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들이 전혀 우대받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 금융업계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했는데, 각 조직에서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면 사고가 나지 않는 게 기적입니다. 모바일 2년이라고 얘기하지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애플 아이폰 도입이 아니었다면 여태껏 제조업에만 치중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그는 "제조업 중심 시장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빨리 변화시켜야 한다"며 "투자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아무리 창의적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창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면 투자자들이 줄을 서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척박한 환경이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는 젊고 능력있는 개발자들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지 않는다"며 "아이디어는 뒤떨어지지 않는데 투자 환경이 안 따라주니 많은 창의적 도전자들이 좌절을 겪는다"고 안타까워했다.
허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해외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국내 시장은 좁습니다. 기업도, 개발자도 더 넓은 시장을 겨냥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이 따라옵니다." 그는 "앱센터운동본부에서도 개발자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프리젠테이션 기회를 주는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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