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 현대차' MK의 사명감論
계열사 대표 회의에서 사명감 주문
삼성 이건희 회장 '부패 발언' 같은 맥락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지난 13일,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이날 오전 9시 그룹 최고경영진 약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김없이 정몽구 회장 주재 회의가 열렸다.
각 계열사 대표이사의 보고가 끝난 후 정 회장은 이례적으로 '사명감'을 언급했다.
정 회장은 "'현대ㆍ기아차는 개인기업을 넘어 국민기업과 같은 존재가 됐다. 국가와 후손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해달라"고 말했다.
각사 대표는 그동안 보고를 포함한 사석에서 이 같은 발언을 접한 적은 있지만 공식 회의석상에서 듣기는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그 무게감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는 전언이다.
때마침 공정위가 부품단가 인하 압력과 관련해 현대ㆍ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해 조사를 벌인 상황이라 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회장의 이런 언급은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위상 강화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재 잘나가는 상황에 자만하지 말고 바짝 긴장해 업무에 매진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부정부패'에 대해 강도높은 질책을 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현대차와 기아차 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국내 연관산업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결코 한 눈 팔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현대ㆍ기아차가 강조해온 질적 성장도 이 같은 발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양적 성장 대신 올해부터 본격적인 내실다지기에 돌입했다.
요즘 들어 정 회장은 "자동차가 갈수록 어렵다"는 얘기를 종종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자동차가 '고정산업'이 아닌 '흐름 산업'이라서 잠시도 쉴 틈이 없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면서 다음 방향을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차원'과 '사명감'을 강조한 것은 정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자신만의 경영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국가와 사명감 때문인지 '협력사 지원'에 대한 언급은 요즘 들어 부쩍 잦아졌다는 평가다. 상생이 돼야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위 조사 건은 차치하고라도 "협력사에 더 잘하라"는 말은 오히려 더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협력사 지원을 시늉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방문과 기술지도도 좋지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될만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력사를 돕기 위한 별도 조직 갖춰 지원하고 결과도 이렇다'라고 보고했더니 '더 잘해야지'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국가경제를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감이 막중해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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