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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 꼬리표 中企 재창업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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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 후 재창업지원 '신용회복지원확정거래처' 분류…금융권 대출 꺼려 제품생산 등 자금 융통 애로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해외 업체로부터 수출 요청을 받아도 신용불량 이력이 남아 은행 등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없습니다. 수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아까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에서 구강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K씨. 그는 2004년 사업이 망하면서 떠안은 채무 5000만원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가 지난해 말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창업지원제도를 통해 신용을 회복,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시설자금 5000만원과 운전자금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경우 금융권에는 '신용회복지원확정거래처'로 분류된다.
지난해 3월 도입된 신용회복지원확정거래처로 지정된 업체는 현재 21곳에 달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신용불량자에서는 벗어났지만 신용회복지원확정거래처라는 낙인이 남아 있어 금융거래에 애로를 겪고 있다.

K씨의 경우 이 재창업비용으로 보증금 1000만원의 조그만 공장을 마련하고 구강용품을 개발했다. 이 업체에서 출시한 기능성 웰빙 제품은 해외쪽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최근에는 미국과 독일 등에서도 수출 문의가 왔다. 요청한 물량을 정상적으로 수출할 경우 매출 규모는 최소 10억원. 하지만 금형 제작 비용 5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수출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K씨는 정부 지원자금 7000만원 중 5000만원으로 설비시설을 구입하고 공장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썼다. 기존 채무에 대한 월 이자는 83만원 정도. 여기에 지원자금에 대한 이자, 공장 월세 등을 내고 나면 지금은 매출이 발생해도 남는 돈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금형 제작 비용 5000만원은 그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한테 금형 비용을 요구합니다. 중국 업체들은 그렇게 한다는 이유죠. 금형비가 없어 절반씩 내자고 부탁도 해봤는데 안됐습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려고 해도 신용회복지원확정거래처는 일반 업체에 비해 대출받기가 힘듭니다."

해외 업체로부터 신용장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K씨는 베트남의 한 업체와 신용장을 통해 연간 100만개 정도의 수출계약을 맺었지만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없었다. 결국 베트남 업체를 한 달 동안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월 발주를 받으면 선금을 받는 형태로 계약을 바꿨다. 그마나 어렵게 얻은 기회를 살린 것이다.

"사출 재료를 사기 위해 선금의 50%를 보내고 협력업체에 나머지 50%를 지불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1개월 안에 진행하려면 다른 업체보다 단가도 올라가고 선적일을 맞추기 위해 잔업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할 수 있는 게 다행이죠."

K씨가 재창업지원제도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계속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창업지원제도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중진공 외에는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을 벗어났더라도 금융권에는 신용회복지원확정거래처로 분류돼 있어 일반 기업과 달리 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곳에 대출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중진공에서도 같은 위험 때문에 최대 지원할 수 있는 금액보다 적게 대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씨는 "제도는 우수하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데 힘든 점이 많아 일부 업체들처럼 서류상 다른 사람을 대표로 내세워서 금융권 자금을 받는 방법도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며 "금융권에서도 일반 업체와 동등한 기준으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K씨는 올해 하반기 치약으로 된 잇몸영양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의 개발 과정에서 또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 확보가 어려워 제품 개발과 생산, 출고 등이 지연돼 판로 개척의 기회를 잃게 되지 않도록 재창업지원제도를 현실적으로 좀 더 개선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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