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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인생2막]“자연의 치유능력에 반해 집짓는 산골 村長님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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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에 전원마을 조성한 남상진 회장 부부

남 회장이 핀란드식 통나무집을 고집하는 이유는 특유의 향이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만들고 집의 수명이 일반 건축물의 10배라는 점에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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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살 넘어 돈 더 벌어 뭐하겠습니까. 내가 벌인 일로 사람들이 건강해 지고 간혹, ‘고맙다’ 소리 듣는 것,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가 있다. 남편은 사업적으로 열정이 많은 남자였지만 가정적이었고 부인은 세 아이와 남편에게 헌신적인 현모양처였다. 한눈팔지 않고 남편은 사업에, 부인은 가정에 온 힘을 쏟았다.
이렇게 40년을 함께 살 무렵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금씩 아파왔다. 남편은 심장병에, 부인은 뇌졸중(중풍)에 걸렸다. 식생활과 환경이 비슷했던 부부 모두 혈관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남편은 가슴이 자주 답답해짐을 느꼈고, 부인은 한쪽 팔에 마비가 왔고 걷는 것이 불편해졌다. 병에 걸렸을 무렵, 둘은 ‘열심히 살아온 대가가 고작 이것인가’라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았다.

아내 병 고친 경험이 결심의 계기

건강을 잃으니 모아둔 돈도 소용없었다. 몇 년 병원에 다녀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부인은 생각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이라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 내 선택이 맞든 아니든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고 싶다.’ 고민 끝에 남편에게 제안했다. “공기 좋은 시골 가서 삽시다.
산이실 전원마을 전경 중 일부.[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산이실 전원마을 전경 중 일부.[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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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바람 맞으며 황토방 지어 살면 몸이 좀 나아질 것 같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건강이 좋아지는 것이 가족과 자신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에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40년 동안 일궈왔던 자신의 사업은 둘째 문제였다. ‘아내가 바라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모아둔 돈을 모아 강원도 영월에 집을 지었다.

식단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집 주변 가깝게 자라는 풀과 과일들을 먹고 몸에 나쁜 것 가리는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을 살았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부축하지 않으면 걷기도 힘들었던 아내는 혼자 걸을 수 있었고, 축 늘어져 있던 눈빛도 제대로 살아났다. 앉아 있으면 아픈 사람인지 조차 모를 정도가 됐다.

남편의 답답했던 심장병도 많이 호전돼 매일 찌푸렸던 인상이 펴졌다. ‘몇 년 병원 다녀도 안 나았던 병이 1년 동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남편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1년 동안 산 자연의 어떤것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지 연구했다.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아내가 산 집 같은 집을 인근에 지었다.

그리고 그 곳은 마을이 됐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금마리 산이실 전원마을(핀란드 빌리지)이 탄생한 배경이다. 부부가 공기 좋은 곳 찾아 강원도에 온 지 이제 4년째. 산이실마을에 한 채씩 집이 늘어나며 부부의 할 일도 조금씩 늘어나, 이제는 4년 전 건강을 위해 지은 집보다 이곳에 머무는 날이 더 많아졌다.

마을에 구성된 총 26가구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마을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기 시작하며 몇 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분양을 시작했다. 현재 분양된 가구는 총 12가구. 분양이 되는 것보다 이웃들이 늘어나는 것이 부부에게는 큰 기쁨이다. 12가구 사람들 모두 일주일 동안 이곳에 계속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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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보통 4일은 도시에, 3일은 이 마을에 머무는 ‘4도 3촌’ 생활을 한다. 이곳에 마을을 탄생시킨 남상진(73) 회장도 비슷하다. 목요일 아침 이곳에 와서 일요일 저녁 또는 월요일 아침 현재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로 향한다. 남 회장이 출판단지로 유명한 파주에 적을 두고 있는 이유는 40년 동안 해왔던 그의 사업 때문이다. 그는 건축업자가 아니다.

서울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몇 년 했고, 인쇄업은 40년 전부터 지금까지, 출판업은 10년 전부터 하고 있다. 인쇄업으로 돈을 벌어 출판업을 하긴 했지만, 남 회장은 출판업이 웬만해서는 돈 벌기 힘든 사양사업인줄 안다. 출판업을 이어 오는 것도 전원마을을 만든 것과 비슷한 이유다.

‘내가 즐겁고 보람 된 무엇’을 하고 싶다는. 출판사에서 만들어진 책 중 <지구야 난 네가 좋아> <어린이 상식백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100> 등의 책들은 많이 팔 목적보다 좋은 책을 만들자는 의지가 더 많이 담긴 책들이다. “제가 이 나이에 돈 더 벌어 뭐하겠습니까. 앞으로 먹고 살 만큼은 모았습니다.

책으로 돈 벌 생각 별로 없고, 집 팔아 돈 벌 생각은 더 없습니다.” 자기 혼자 좋은 집 지어 먹고 살면 그만인데, 굳이 몇 년을 고생하며 마을을 조성할 정도의 집을 짓고 분양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값 비싸도 핀란드산 원목 사용

그런데, 평균 분양가격이 3억~5억원 정도이니, 전원주택치고는 좀 비싼 가격이다. 건강을 위해 지은 집이니 자재에 신경을 써야 했고 주변 환경에도 신경 써야 했다. 남 회장은 그 값이라고 했다. 돈보다 건강을 생각해서 짓다보니 일반 전원주택의 두 배 정도 더 들었다는 설명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주거용으로 가장 좋다는 핀란드산 원목(홍송) 가격이 좀 비싸다. 남 회장은 원목으로 지은 집을 체험해 보기 위해 핀란드에 직접 다녀왔다. 그는 “핀란드의 150년 된 집에서 잠을 자 봤는데, 그 집의 나무가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견고한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남 회장이 통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이 외에도 몇 가지가 있다. 단열성이 좋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점, 통나무가 실내공기를 정화시켜 주고 특유의 향이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만든다는 점, 통나무로 지은 건물의 수명이 일반 건축물에 비해 10배 이상 오래 간다는 점,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점 등이다.

환경호르몬을 일으키는 판넬 자재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남 회장의 설명이다. 거실과 안방은 마루바닥을 은판으로 깔아 발암물질과 수맥을 차단시키고 아토피에 효과적으로 만들었다. 황토방은 보통의 ‘시멘트 위 황토’가 아닌 순수 100% 황토만으로 만들었다.

황토방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는 것은 아내가 너무 좋아했고 그곳을 통해 병도 많이 호전 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궁이가 있는 황토방에는 현대식 벽난로도 만들었다. 황토방 역시 아토피나 피부질환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유발 물질을 저하시킨다는 말이 있잖아요. 마을 주변을 에워싼 숲은 피톤치드가 넘쳐 흐르죠. 제 병을 낫게 한 원인이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가구를 지을 때마다 자기 집처럼 정성을 들인다는 남 회장은 주변 자연 숲을 아름답게 조성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분양 면적은 보통 분양되는 1가구당 200평의 대지에 26평형에서 50평형대까지 건평을 구성했다. 분양을 위해 마을을 방문한 사람은 보통 26평~30평형대를 선호한다. 50평형대는 전원주택의 큰 목적인, 쉬는 곳이 아니라 청소하는 곳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500여 평의 부지에 텃밭도 있고 배드민턴장, 정자와 연못, 폭포도 있다. 외진 시골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입구와 출구는 하나로 만들어 CCTV를 마을 진입로에 설치했다,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 무선인터넷도 설치했다. 깊은 산속 지하 깊은 곳에서 저절로 뿜어 나오는 산이실 마을의 우물물은 황토로 정수시킨다. 이 물이 바로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황토)지장수다.

“자연과 벗하면 건강” 칠순의 열정

마을은 최근 언론에 많이 소개돼 일반인들뿐 아니라 분양업자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온다. 부부의 생각은 단호하다. “분양업자에 맡겨두면 편하긴 하겠지만, 분양업자들이 가구당 몇 천만원씩 남겨 먹으려고 들잖아요. 그러면, 가격은 자연히 더 올라 갈 텐데, 저희는 여기 모인 사람을 식구로 생각하며 오래 같이 살지 모르는데, 좀 미안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중간 남 회장에게 조금 까칠한 질문을 했다.

“나이 들고 병 들면 공기 좋은 시골 와서 황토방에 나무집 짓고 살면 모두 낫는단 말입니까?” 옆에 있던 부인이 대답했다. “나을 수도 안 나을 수도 있겠죠. 저는 제가 좋아진 경험을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자연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건강한 자연에 닮아져 갔고, 자연스레 병도 호전됐다는 설명. 병을 낫게 하려는 의지도 좋지만,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가르침에 꼬리를 내렸다.

돌아오는 길에 기자 둘이서 취재 후 수다를 떨었다. “나이 들어 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돈 많은 노인의 모습이 아닌, 열정을 유지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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