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NFC마저 짓누른 승부조작의 충격
[파주=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K리그 승부조작의 충격은 대표팀마저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6월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A대표팀이 소집된 31일 파주NFC(국가대표축구트레이닝센터). 여느 때 같으면 설렘과 기대감에 들뜬 선수들의 포부로 가득 찼어야 했다. 이날은 달랐다. 감독, 코치, 선수, 심지어 취재진까지 누구 하나 밝은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목소리 톤은 낮았고 얼굴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저마다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조광래 감독의 표정은 특히나 어두웠다. 축구계의 선배이자 대표팀 수장으로서 침통함이 가득했다. 말을 아끼려 했던 것은 당연했다. 취재진의 간곡한 요청에 어렵사리 몇 마디만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 축구가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다"면서 "이런 상황에 실망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이 사명감을 갖고 평가전에 임해야 한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벌어진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일부 못난 축구인 때문에 대다수 노력하는 선수들이 피해를 봤다. 충격적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높이 가는 시점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 아쉽고 걱정된다"면서도 "대표팀이나 각팀 주전급 선수들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은 것은 한편으로 다행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K리그 구단, 프런트, 지도자, 감독 모두 더 노력하고 건강한 K리그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랑받는 한국 축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현태 GK코치는 제자이자 후배 골키퍼 최은성(대전)의 눈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대전 시티즌은 최근 승부조작과 관련, 5명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최은성은 지난 주말 전북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기기 위해 뛴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뛰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코치는 "은성이가 좋은 말을 했다.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서 경기에 나서는데,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 문제인데 그런 의심을 받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나 역시도 얼마 전까지 승부조작에 대한 소문을 들으면 '진짜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며 웃어넘겼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건 전말을 듣고 나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더라. 돈 앞에 장사 없다는데 1200만 원 받는 선수한테 2000만 원을 들이대니…"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스포츠가 정정당당해야 하고, 국민도 축구를 통해 낙을 찾는 건데 잘해야 하지 않겠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게 전화위복이 돼서 더 단단하게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역시 한목소리로 안타까움을 전했다. 윤빛가람(경남)은 "잇달아 안 좋은 소식으로 팬들을 실망시켜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용래(수원)는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이어 "이번 기회에 승부조작을 뿌리 뽑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팀원 전체도 각서를 쓰고, 윤성호 감독님도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씀해 주셨다. 우리끼리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번 사태의 후폭풍도 걱정했다. 신형민(포항)은 "팬들도 축구를 보시면서 선수가 실수하는 장면이 나오면 의심스럽게 보시지 않겠나. 선수들끼리도 불신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상덕(대구) 또한 "선수들끼리 얘기를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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