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건강·안전교육 의무화’ 추진… “근무여건 개선이 우선”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소방공무원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각종 질병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장에 근무 중인 일부 소방관들은 지정 병원이나 소방서별로 위촉된 건강관리자문 의사가 누군지 모르는 것은 물론 외상 후 스트레스 상담을 받지 않는 소방공무원도 다수다.


지난 25일 오전 전남도 소방본부 최모 소방령은 자신의 집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말에는 보성소방서 소속 A소방관이, 22일에는 담양소방서 소속 B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경찰 내사를 받던 소방관 2명이 자살한 적은 있다. 하지만 소방관 3명이 잇따라 자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이들 2명은 우울증을 앓아왔다. 최 소방령은 지병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다. 하지만 동료 소방관들은 이들의 선택을 단순한 우울증이나 개인사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승진 스트레스 등 조직 내 문제 그리고 직무 특성상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위험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치료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2007년부터 소방공무원의 질병진료를 위해 중앙에는 경찰병원을, 시·도에는 지역의료기관을 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했다. 또한 2008년에는 ‘소방공무원 외상 후 스트레스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소방서별 건강관리자문 의사를 위촉했다.

그러나 서울에 소재한 한 소방서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이나 스트레스 상담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교대시간 등으로 참여하지 않는 인원이 많다”고 털어놨다. 소방공무원 특수건강검진에서 이뤄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소방서 관계자는 “종합검진 이후 실시되는데 간단한 서류작성과 대화 몇 마디로 상담이 이뤄진다”며 “게다가 일부는 건강검진만 받고 상담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각 소방본부에서 몇 곳씩을 지정해 관리자가 일선 소방관들을 대하는 태도와 소방관 복지 현황, 외상후 스트레스 관리 실태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소방공무원을 위해 자살방지 교육과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자살방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밖에 소방관 건강관리계획을 세우고 정기특수건강검진과 보건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소방공무원 보건안전·복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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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방방재청이 내놓은 이번 대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소방서 고위 관계자는 “건강검진과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더라도 24시간 돌아가는 출동 대기시간이나 인원들의 교대시간 그리고 휴식시간 등을 고려하면 또다시 형식적인 치료만 이뤄질 것”이라며 “소방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 운영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게 우선이다”고 언급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전국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27일 복무 환경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남소방본부에는 대책반이 꾸려져 원인 파악에 나선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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