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 후폭풍', MB 레임덕 부를까? 차단할까?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가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26일 사표를 제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수리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 "이제 본격적인 레임덕(권력누수)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로 다른 큰 이슈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26일 은 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직접 찾아갔다. 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에 "성역없이 모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비리에 한 치의 관용도 없이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무겁고 단호한 모습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사표수리에 대해 "부산저축은행 건과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고 철저하게 처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7일 오전 비서관들만을 대상으로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불참한 회의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임 실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비서관들에게 빠른 시일내에 청와대를 떠나 선거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떠날 사람은 빨리 떠나주는 게 청와대 내 분위기 쇄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함께 청와대 개편을 앞둔 청와대는 그야말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일부 직원들은 "이제는 집권4년차 증후군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니냐", "레임덕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부에선 집권 4년차 청와대 증후군이 빨리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노태우 정부때의 수서택지 비리, 김영삼 정부때의 한보 사태와 김현철 게이트, 김대중 정부때의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 등이 모두 집권 4년차를 지나면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때는 집권 3년차를 지나면서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 등 측근을 둘러싼 의혹들이 불거졌다.
한 관계자는 "대선캠프에서 일하면서 이 대통령의 신뢰를 받아온 은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면서 "이 대통령이 가장 경계하는 '권력형 비리'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참모는 "부산저축은행의 발단이 전 정권에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는 현 정권이 책임있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 지지율 하락과 당·청 갈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검찰의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 현재로선 청와대도 속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검찰의 속성상 '갈데까지 간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고 이는 곧바로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더구나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불법로비가 현 정권 측근은 물론 과거 정권의 실세와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까지 문어발식으로 진행된 정황이 있어 청와대는 더욱 곤혹스럽다. 특히 검찰 수사가 저축은행 관계자들의 증언에 상당수 의존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지 검찰조차도 예측하기 힘들다.
여권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된 부산지역 의원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확산되고 있고, 여·야간, 계파간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공정 사회'를 내세워 자신의 측근 비리부터 자르고 성역없는 수사를 벌인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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