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제철 만났다?
"ELW 규제 스켈퍼만 득"
주먹구구식 처방 비난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금융당국이 밝힌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 건전화 추가 방안’에 대해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1500만원의 예탁금이 적용되면 시장 교란의 주범인 스캘퍼(초단기매매자)를 막기 보다는 일반투자자들의 참여를 가로막아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투자자들도 기껏해야 수백만원의 자금으로 몇 백원, 몇 천원짜리 ELW에 투자해왔는데, 아예 투자의 기회를 박탈하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또한 ELW투자자 모두에게 전용선 계약 기회를 준다는 대책도 오히려 스캘퍼의 매매환경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ELW시장 규제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스캘퍼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선물옵션 투자와 마찬가지로 1500만원의 예탁금을 의무화해 진입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1~2초 차의 주문시점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지는 ELW시장의 특성을 노려 스캘퍼들이 증권사의 전용회선을 사용하던 것을 일반투자자도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즉 일반 투자자도 전용회선을 이용해 스캘퍼처럼 신속한 주문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소액투자자의 ELW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거액의 증거금을 의무화한 것 자체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스캘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액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으니 주식을 아예 사지 말라”는 소리와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ELW는 옵션과 유사한 상품이지만 예탁금이 따로 없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소액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ELW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져 소액으로 손실 헤지를 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자유게시판과 증권 포털 사이트에 수 백건의 항의 글이 올라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소액투자자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ELW에 1500만원을 투자하지도 않는데 증거금 150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소액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수사의 타깃이었던 스캘퍼를 막는데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루에 몇십억원을 굴리는 스캘퍼에들에게 1500만원의 예탁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 증권사의 관계자는 “일반인이 증권사와 전용선을 개별 계약을 할 정도가 되면 일반 개인 고객이 아니라 스켈퍼 등 큰손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모두에게 전용선 계약 기회를 준다고 해도 전용선은 증권사의 인프라이다 보니 선별화 작업이 진행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큰 손들 위주로 계약이 성립돼 오히려 스켈퍼의 환경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탁금을 돈육 선물 같이 500만원 수준으로 낮추거나 ELW계좌와 옵션 매수전용 계좌의 최대 투자액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예탁금과 전용회선 합법화는 ELW시장에서 스캘퍼 활동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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