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사청사우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내리다 다시 개니(乍晴乍雨雨還晴)
하늘의 이치가 이럴진대 세상 인심이야 어떠랴(天道猶然況世情)
생육신의 한사람인 김시습의 '사청사우(乍晴乍雨)'란 시의 첫 구절이다.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는 격변기, 올곧음을 제일로 치던 유학자 관료들의 변절에 실망한 그의 마음이 녹아있다.
김정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 흐름을 이 '사청사우'에 비유했다. 이달 들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단기방향성을 찾기 쉽지 않은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증시는 실적 시즌이 지나면서 모멘텀은 보이지 않고, 불안한 대외변수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대지진 직후인 3월중순부터 한달 반을 이어온 상승장의 추억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보름동안 진행되고 있는 조정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월초 급격한 조정 이후 지금은 조정 폭도 크지 않다. 추가 가격조정보다 기간조정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더구나 2100선에서는 기술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기대감이 거의 매일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조정 장에서 일봉이 양봉(시가<종가)이 발생한 날은 11일 하루에 불과하다. 이 기간, 지수가 상승한 날도 11일 하루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기술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교적 높게 시작했다 실망 매물로 하락하는 약세장의 전형적 모습을 보였다.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외국인의 매도세다. 외국인은 지난 12일부터 4거래일동안 2조3841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같은 기간 2조2393억원을 순매수하며 장을 받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대적으로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외국인의 이탈은 증시 상승추세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킨다.
미국의 경기둔화와 2차 양적완화(QE2) 종료 임박, 유럽 재정문제의 재부각, 중국의 긴축 우려 등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3대 악재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까지 악화시키는 모습이다. 중장기적으로 상승추세에 대한 기대가 높더라도 수급이 좋지 못하니 제대로 반등다운 반등을 못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증권은 기술적 반등이 일어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2070대 중후반에 위치한 60일 이동평균선을 지지로 한 반등은 예상할 수 있지만 반등세가 20일 이동평균선을 뚫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20일선은 2160선 중반에 위치해 있다.
증권사들의 추천주에서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우증권은 단기적으로 음식료, 섬유/의복, 의약품, 유통, 건설, 통신 등 내수 및 경기방어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단기적으로 내수 및 경기방어주들이 상승추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미국 증시도 그렇다고 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유통, 섬유의복, 음식료업종에 관심을 권했다. 유통은 소매업황 호조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고, 섬유의복은 폭발적인 중국 내수시장 수혜, 음식료업종은 원화강세에 원자재가격 하락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 뉴욕증시는 하락마감했다. 3일 연속 하락마감이다. 산업생산과 신규주택착공 등 경제지표가 예상 외로 저조해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됐고 휴렛패커드(HP)의 실적전망 하향과 주택건설업체들의 부진까지 겹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68.79포인트(0.55%) 하락한 1만2479.58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49포인트(0.04%) 내린 1328.98, 나스닥지수는 0.90포인트(0.03%) 소폭 상승한 2783.2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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