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자기 회사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단 '소크라테스와 한끼 식사를 하면서 반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직무교육이나 경영학석사(MBA)과정을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는 휴넷의 조영탁 대표(사진)도 '왜 인문학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몇년 전 한 대학교수로부터 "문학·역사·철학 고전 600권은 읽어야 사람구실을 한다"는 조언을 듣고 그간의 교육과는 다른 걸 선보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2년 넘게 준비과정을 거쳐 기업교육 최초로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교육을 새로 선보였다. 11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결국 사람에 관한 일"이라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상력을 높여주는 건 결국 인문학만이 할 수 있기에 인문학 전문강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간담회 도중 공자의 논어, 당나라 오긍의 정관정요를 예로 들기도 하며 "현 시대의 모든 문제도 고전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조 대표 자신이 이미 인문학 전도사가 됐다.
이번에 선보인 강의는 문학과 역사, 철학과 관련한 국내외 고전 100권을 바탕으로 한다. 100권을 선정하기 위해 교보문고와 협의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고은 단국대 교수,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등 내로라하는 인문학 전문가들을 선정위원으로 구성했다. 조 대표는 "고전의 핵심내용을 비롯해 각 고전의 시대적 배경, 작가의 생애, 현대에 시사점 등을 고루 다룰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100개 강의를 모두 준비하고 나아가 예술분야로까지 주제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우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사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9개 강의를 준비했다. 개별 강의는 15분 단위 동영상으로 짜였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각 강의당 평균 4만원 정도로 들을 수 있고 100개 강의 모두 듣기 위해 회원가입을 할 경우 100만원이면 된다.
조 대표는 "서울대 인문학과정 비용이 14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문학 강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인문학에서 첫걸음을 뗐지만 휴넷과 조 대표는 이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선 명성이 높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온라인 MBA과정은 현재 수료 회원수만 1만5000명이 넘고 팀장리더십스쿨 등 경영과 직접 관련이 있는 강의는 포스코, KT 등에서 꾸준히 신청해 듣고 있다. 10여년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지금의 회사를 직접 차린 조 대표 역시 자신이 직접 다양한 강의를 다닌다.
조 대표는 "그간 선보인 다양한 강의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간다"며 "앞으로 인문학을 경영과 리더십 등 기업경영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분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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