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인수합병 부추기는 '숨은 접착제'
상장사, 겉은 주력사업 강화...속은 연결재무제표 건전성 확보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우량 상장사들이 계열사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들어 계열사 합병에 나선 기업은 제일모직, 진로, 현대그린푸드, CJ제일제당, 코에스엔아이 등이다.
이들 상장사의 인수합병 추진 배경은 대부분 모회사의 주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지만 일부 기업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의식해 연결재무제표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이유도 있다. IFRS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분율 50% 이상인 기업에 한한다. 우량 계열사의 지분율이 여기에 미달하면 이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지 못한다.
반면 연결재무제표 대상에 포함되지만 실적 및 주가가 부진한 계열사에 대해서는 보유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분율 50% 미만 우량계열사 '흡수'= 이달 초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울산점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DSF와 합병키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은 경영효율성 증대,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합병 사유로 들었지만 IFRS 도입으로 연결대상에서 제외될 우량 자회사를 흡수해 연결재무제표상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겠다는 계산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무역센터점을 운영하는 한무쇼핑과 현대백화점 신촌점을 운영하는 현대쇼핑 등 비상장사 2곳은 연결기준으로 2011년부터 반영되지만 현대DSF는 지분율이 40%대에 머물러 연결대상에서 제외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합병으로 IFRS 도입 후에도 현대DSF의 실적이 현대백화점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며 “우량 자회사의 실적을 모두 반영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이익 기준으로 현대백화점의 순이익은 3.9%, 영업이익은 10.8% 증가하게 된다. 현대백화점의 기업가치도 2.9% 커진다.
제일모직도 지난 1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편광필름 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제조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분 23.42%를 보유한 자회사 에이스디지텍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지만 IFRS 도입 시 실적 개선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인 에이스디지텍을 흡수합병키로 한 것이다.
이달 초 계열사 하이트맥주를 흡수합병키로 한 진로도 마찬가지다. 하이트진로그룹은 계열사인 진로와 하이트맥주를 합병해 하이트진로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룹 지주사인 하이트홀딩스가 진로를 합병 주체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주사인 하이트홀딩스의 지배구조를 통해 확인된다.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율은 하이트맥주 32.82%, 진로 59.48%다. 진로의 실적이 좋아져야 연결재무제표 도입 시 그룹 전체의 실적이 개선되는 구조다.
이들 두 회사가 합쳐지면 매출액 및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하이트맥주가 1조223억원, 진로가 7055억원으로 합병 시 매출액은 1조7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김민정 KTB증권 연구원은 “주류시장이 정체돼 가격 인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 제품으로의 한계를 극복하게 됐다”며 “공동영업을 통해 공격적이면서 효율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합병 시너지로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분 50% 이상 부실 계열사 정리=일부 기업의 경우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연결재무제표 작성 시 불리하게 작용할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등 IFRS 도입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의 경우 동양메이저의 연결재무제표에 동양시멘트, 동양캐피탈, 동양매직, 동양레저 등 4개 계열사가 포함되는데 이중 일부는 재무 상태가 어렵다. 동양메이저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들 자회사의 사업구조를 조정할 계획이다.
증권사 기업분석팀의 한 관계자는 “IFRS 도입과 함께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부담이 모든 기업에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대한 긍정적인 지표를 만들기 위해 계열사 흡수합병 및 지분정리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연결재무제표 도입으로 계열사의 실적이 중요해졌다”며 “합병이나 지분 정리를 하더라도 회계 처리를 원칙대로 한다면 부실이나 이익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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