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생제 소비량 OECD '1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항생제 소비량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항생제 내성은 국가 간 전파되기 때문에 국제 공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APFID)은 올해 초 실시한 '아시아지역 11개 국가 항생제 사용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아시아 각국의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 출현빈도가 중국 96%, 대만 85%, 베트남 80%, 일본 79%, 한국 77%, 홍콩 75% 등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61%), 프랑스(46%), 스페인(43%), 미국(38%)보다 크게 높았다고 7일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의 2배나 됐다.
또 인도와 중국의 입원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각각 82%와 78%에 달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올바른 항생제 사용비율이 21%에 불과했으며, 우리나라도 감기(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55%로 절반을 넘었다.
2010년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 DDD(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분 항생제 복용)로 벨기에와 함께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항생제 소비량이 가장 적은 국가는 네덜란드(12.9)로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됐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APFID 이사장)는 이날 "항생제 내성은 WHO가 3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할 정도로 심각한 보건 문제"라면서 "특히 전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는 아시아의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이유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의료인의 낮은 인식 ▲허술한 감시체계 ▲환자의 오남용 ▲연구지원 부족 ▲병원 감염관리 부실 등을 들었다.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우리나라 의료인과 환자의 인식 역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송 교수가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함께 국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생제 사용 및 내성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 응답자의 72%가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항생제에 대한 인식과 사용은 올바르지 못했다. '항생제가 감기에도 효과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51%)을 넘었으며, '집에 남은 항생제를 감기 증상에 임의로 복용한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도 28%에 달했다.
송 교수는 "10여년의 시간을 들여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데 내성은 1년 만에 출현하는데다 전세계 항생제 시장이 1조원밖에 되지 않아 제약사들이 항생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 못하다"며 "때문에 기존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또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NDM-1생성 대장균이 불과 발생 몇 개월 만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며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아시아의 항생제 오남용 문제는 곧 전 세계의 문제"라며, 국가 간 공조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PFID는 올해부터 아시아 각국에서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한 'I CARE 캠페인'을 펼쳐, 항생제 내성과 위험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항생제 내성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및 정책이 신속히 도입되도록 할 방침이다.
APFID 주최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ISAAR)에서도 국내외 40여개국 2000여명의 감염질환 분야 의학자들이 모여 항생제 내성 실태와 극복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송 교수는 "국내에서도 감기환자에게 불필요한 처방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면서 "상기도감염을 진료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나 인터넷 정보제공 등을 통해 올바른 항생제 쓰기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