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안전한 채권이.." 지난해 400조원 발행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상품인 커버드본드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우량자산을 담보로 하는데다 이중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초(超) 안전채권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돈을 맡길 수 있고, 발행기관인 은행은 국채 못지않게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규는 고사하고 은행권이 중간 단계로 요구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모범규준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이 커버드본드의 글로벌 현황과 국내 실태를 2회로 나눠 들여다본다.
커버드본드가 뜬다 (상)글로벌시장 발행 급증
주택담보대출채권 등 우량자산 담보..발행기관도 지급보증
유럽 이어 미국도 법제화 추진..국내엔 관련 법규조차 없어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우량자산 담보, 은행채 보다 발행비용 낮아=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채권, 공공기관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주택대출을 해준 뒤 이를 근거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란 점에서 기존 모기지 유동화 상품인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과 유사하다.
하지만 MBS를 사들인 투자자는 담보자산이 부실화될 경우 발행기관에 상환청구를 할 수 없지만, 커버드본드 투자자는 담보권 행사와 함께 채권 발행처인 금융기관에 우선 변제권을 요구할 수 있어 훨씬 안전하다. 발행기관이 지급보증을 한 MBS로 이해하면 쉽다.
시중은행이 커버드본드를 활용하면 모기지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면서 장기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오는 2013년 부터 발효되는 은행 자본 및 유동성 규제안(바젤Ⅲ)이 커버드본드를 우량자산에 포함시키면서 전세계적으로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시중은행 외화자금부 관계자는 "우량자산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발행하는 무보증 외화사채 보다 조달비용이 낮다"며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도 금리는 낮지만 안전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커버드본드 발행비용이 은행채와 비교해 최대 0.3% 정도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억 달러 규모로 발행한다면 30만 달러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해외 자금조달을 위해 두 차례 발행됐다. 지난 2009년 국민은행은 지급보증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담보자산을 맡기고 10억 달러 어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국내에는 아직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어 SPC를 만드는 등 복잡한 형태로 발행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특별법(주택금융공사법)에 근거해 5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법적 기반 위에서 발행된 '법제화된 커버드본드'였다. SPC를 설립하지 않고 주택금융공사의 신용으로 발행했기 때문에 법률 비용이 적게 들고 과도한 담보제공도 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의 커버드본드는 국민은행 것에 비해 금리가 연 3% 가량 낮았는데도 인기가 높았다. 5억달러 어치를 발행하는데 27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다고 한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에 관련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통상 채권시장에서는 법적 기반이 없이 SPC 등을 활용해 발행된 커버드본드를 '구조화된 커버드본드'로, 그리고 법적 기반에서 발행한 커버드본드를 '법제화된 커버드본드'로 부르고 있다.)
◆유럽 이어 미국 법제화 탄력..발행액 급증=커버드본드의 발행 근거가 법제화되어 있는 유럽 등에서는 채권 발행이 활발하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행된 커버드본드는 약 400조 원(3565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20% 정도 늘었다.
특히 EU권의 커버드본드 발행잔액은 지난 2005년 2690조 원(1.7조 유로)에서 2009년에는 3790조 원(2.4조 유로)으로 최근 4년새 무려 65% 증가했다. 올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관련 시장 볼륨이 팽창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 재무부가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지원에 나선 이후 공급 규모가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
유럽커버드본드위원회(ECBC)에 따르면 지난 2008년과 2009년 거의 전무했던 미국과 캐나다 은행들의 달러화 커버드본드 발행액은 지난해 약 31.5조원(280억 달러) 정도로 급팽창했다. 올해 미국의 법제화 움직임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3일 가칭 커버드본드 법이 미국 하원에 올라가 법제화 기대감이 높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빠르면 올해 안에 법제화 커버드본드의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커버드본드 시장 규모도 600억 달러 정도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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